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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지소미아 요동치는데 美폼페이오-北이용호 정면충돌…“개꼬리, 족제비, 훼방꾼”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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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 유지”

이용호 “제재 따위로…美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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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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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북·미가 충돌했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은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반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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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용호 외무상. [연합뉴스]


이 외무상은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인터뷰를 언급한 뒤 “망발을 줴쳐댔다”며 “개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못된다고 역시 폼페이오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힐난했다. 이어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어떻게 그가 이런 망발을 함부로 뇌까리는지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고 이런 사람과 마주 앉아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 실망감만 더해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이 될 만 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군 하는데…그는 조미(북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맹비난했다.

이 외무상은 “우리는 미국 측에 알아들으리만큼 설명도 했고 최대의 인내심을 베풀어 시간도 주었다”며 “그러나 미국이 제재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면 저 혼자 실컷 꾸게 내버려 두든지 그 꿈을 깨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의 21일 인터뷰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 등을 언급한 데서 대북 압박 신호로 해석됐다. 한·미 연합훈련 종료 후 북·미 실무협상이 임박하면서 미 행정부에서 기존 대화 강조에서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쪽으로 대북 강경 발언이 나오면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미·북 간에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 합의가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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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부 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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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는 22일엔 “북한이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핵실험장을 건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2019 군비통제·비확산·군축 관련 조약과 의무의 이행’ 보고서에서 이같이 적시하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검증할 국제조사단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추가 핵실험 중단과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장기 이행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내에 아직 식별되지 않은 핵시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처럼 미국이 비핵화 압박에 나서자, 북한도 이용호 외무상을 내세워 정면충돌을 택했다. 그동안 외무성 미국 국장이나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놓던 데서 급을 확 높여 이 외무상이 직접 폼페이오 장관을 정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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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3월 1일 새벽 하노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협상 결렬이 미국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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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가 ‘강 대 강’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건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가 각기 최대한의 양보치를 가져오기 위해 협상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는 해석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2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동한 뒤 “북미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외무상의 이날 담화도 폼페이오 장관 개인 비난에 대부분 할애했고, “대화와 대결에 다 준비돼 있다”고 밝혀 미국과 대화 여지를 남겼다. 북·미 실무협상은 이달 말부터 9월 17일 유엔총회 개막 전 열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북·미 고위급이 충돌한 데서 양측 협상 기류가 녹록치 않고, 향후 협상 재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과 이용호 외무상은 6월 30일 판문점 회담에 배석했지만, 이용호 외무상은 지난 2일 태국 방콕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담에 불참해 둘의 만남이 불발됐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시점에서 양측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비핵화 조치(미국)와 제재 완화(북한)를 두고 북·미가 “양보하라”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 협상팀 수장(폼페이오)을 압박함으로써 비핵화 상응조치에 대한 북한의 요구사항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며 “제재 완화 같은 상응조치를 충분히 준비해오란 촉구”라고 말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용호 외무상이 나선 건 폼페이오·에스퍼 장관 등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거론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며 “북한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외부 불만이나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즉각 반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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