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연장된다. 90일 전 어느 한 쪽이라도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협정이 자동 종료되는데, 이번 재연장 여부 결정 기한은 오는 24일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국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왜 우리가 이렇게 지소미아를 다시 재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미국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미국이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외교부가 미 국무부와 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논의를 하고 있고 NSC 차원에서도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이 2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외곽 구베이수이전의 한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35분간 이어졌다. /교도·연합뉴스 |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후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에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20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청와대·외교부 당국자들을 만나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언급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22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비건 특별대표를 1시간 가량 만난 후 취재진에게 "비건 대표가 먼저 한·미·일 협력에 대해 언급했고, 지소미아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왔다"고 했다. 앞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소미아가 연장되는 것을 지지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잘 지내기를 바라며 그들은 동맹국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지소미아가 연장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지소미아 연장을 바란다는 취지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한 후에도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지소미아가 유지돼야 한다는 일본 측 입장을 전했다.
스티븐 비건(왼쪽)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2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
회담에 참석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고노 외무상이 강 장관에게 지소미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강 장관은 ‘지소미아는 양국간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요구하는데 일본이 훨씬 더 낮은 단계의 신뢰가 요구되는 수출 통제 운영 방식을 바꾸고 한국에 일방적·자의적 조치를 취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에게 "신뢰 문제가 양쪽에 다 결부돼 있는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 교환이라고 하는 지소미아 틀을 잘 유지하기 위한 신뢰가 (일본과) 있다고 국내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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