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1, 책 18·은주의 영화·가정법
거부인 미술 애호가 부부 가운데 부인이 머리에 총알 두 발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된다.
이 살인 사건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뉴욕 미술계의 추악한 이면이 함께 드러난다. 작품의 경제적 가치는 진정한 예술성이 아니라 큰 손 경매인들의 농간에 의해 결정된다.
소설은 상류층 문화로 인식되면서 부정한 축재의 통로로 이용되던 현대 미술의 구역질 나는 측면을 드러낸다.
세계적 미술 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 편집장 리처드 바인이 썼기에 더 사실적이고 충격적이다. 바인의 소설 데뷔작이다. 박지선 옮김.
서울셀렉션. 464쪽. 1만5천원.
▲ 소설 11, 책 18 = 노르웨이 문학계 거목 중 한 명인 다그 솔스타의 대표작 소설이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의외로 단순하다. 독자들이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에 너무 의미를 부여할까 봐 '11번째 소설, 18번째 책'이라는 번호를 붙인 것이라고 한다.
인생의 회한과 권태, 환멸 등을 냉소적으로 관조하는 작가 특유의 시각이 집약된 소설이다.
성공적이고 안락한 삶을 살아온 50세 남성이 권태를 못 이기고 누구도 믿기 어려운 음모를 꾸민다. 어느 것에서도 만족을 못 느끼는 주인공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간다.
솔스타는 '안데르센 교수의 밤'을 비롯해 30여권의 책을 냈고, 작품 다수가 20여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노르웨이문학비평가상을 세 차례나 유일하게 수상하는 등 북유럽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김승욱 옮김.
문학동네. 228쪽. 1만3천500원.
▲ 은주의 영화 = 중견 작가 공선옥이 12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집.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하는 데 천착해온 작가의 노래가 중단편 8편에 실려 흐른다.
공선옥에게 우리 사회는 약자들이 억압에 신음하는 세계이고, 특정한 가해자가 정해진 피해자를 폭력으로 억누르는 세상이다. 선과 악이 이분법적으로 뚜렷이 그려진다.
표제작 '은주의 영화'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5·18', '전두환', '광주' 등의 소재가 주요한 상징으로 다뤄진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작가는 1991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해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 '나는 죽지 않겠다', 장편소설 '유랑가족', '영란' 등을 냈다.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올해의예술상 등을 받았다.
▲ 가정법 = 제7회 젊은작가상을 받은 오한기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죽음을 경험한 화자가 마음먹은 대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 분열적 자아로 환생한 화자는 시간이 갈수록 세계와 더욱 불화한다. 가정을 통한 사유 확장으로 폭력의 의미를 탐색한다.
작가는 201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소설집 '의인법', 장편 '홍학이 된 사나이', '나는 자급자족한다'를 썼다.
은행나무. 268쪽. 1만2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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