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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사참배 싫어 중학 중퇴하고 1년간 독서한 게 평생 자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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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

젊은이 대상 철학에세이 2권 출간

“평양 숭실중때 윤동주와 둘만 자퇴”


한겨레

“오래 글을 써보니까 ‘인간 문제’에 대한 이야기, 사상이나 윤리라든지 그런 것은 세월이 지나도 좀 남구요. 정치적인 이야기, 그때그때 요청받았던 ‘시대의 문제들’은 좀 빨리 사라지고 마는 것 같아요. 이 책에 실린 글을 쓴 지 50~60년이 지났기 때문에 걱정스런 마음도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 없는 문제들이니, 독자들이 생기면 고맙겠어요.”

1920년에 태어난 ‘100살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책을 냈다. 최근 발간한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열림원)와 지난 5월 펴낸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다. 두 권은 김 교수가 연세대 철학과 교수 시절 고교생과 대학 1~2학년들을 대상으로 쓴 글들 가운데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들을 가려 묶은 것이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지금도 고등학생 강연에 와달라고 하면 지방일지라도 거의 사양하지 않고 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80년대 안병욱 숭실대 교수(1920~2013·전 흥사단 이사장)와 더불어 에세이스트이자 사색적인 철학자로 이름을 얻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대중적인 강연자로도 인기가 높아 올들어 지금껏 150번도 넘었단다.

이날 김 교수는 어린 시절 일화를 소상히 밝혔다. 크리스찬으로서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평양 숭실중학 3학년 때 중퇴한 뒤 1년간 혼자 책을 읽었던 경험이 오늘날 자신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알고보니 그때 학교를 그만둔 이는 윤동주 시인하고 저 둘밖에 없었어요. 일제가 일본정신을 위해 신사참배를 강요했는데 그런 우리에게 일본은 원수였단 말이죠. 민족의식, 독립정신이 그때 자랐습니다.”

그때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시립 도서관에서 나홀로 공부를 했다는 그는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를 읽으면서 세계문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휴머니즘 사상과 인식론도 그때 배웠다”고 했다. 이번 책의 독자가 될 젊은이들에게도 “불행한 일을 겪는 것이 손해가 아니다”라며 “편안하게 사는 것보다 고통 속에 살게 되면 삶이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다 기성세대 책임이긴 합니다. 수능시험이나 우리 교육을 볼 때 꼭 한강 다리 같아요. 한강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으면 모든 사람이 거기로 건너려고 길게 줄을 서서 한 사람이 건너갈 때까지 뒷 사람은 못 가는 거거든요. 하지만 다리가 다섯 개고 열 개라면 달라지죠.”

정부의 정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김 교수는 외국으로 눈을 돌리라고 제안했다. “국제 감각이 없는 지도자가 있는 한 탈출구가 없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외국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시련과 고통 없이 성장한 역사는 없습니다. 나 역시 일제시대 학도병 1년과 해방 이후 2년간 공산주의 사회에서 여러가지 일을 겪었어요. 그 시대에 비하면 그래도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희망이 있어요. 제 책임도 됩니다만, 지도자들 생각이 굳었어요. 그 껍질을 벗기고 올라와줬으면 하는 것 말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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