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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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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시인 "내 시를 직접 번역해보니, 시를 쉽게 써야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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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신작 시집이 한영대역으로 나와

김정환 『자수견본집』, 정일근 『저녁의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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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시인은 "시를 번역하면서 새로운 언어 매체를 갖게 된 것 같아서 보람됐다"고 밝혔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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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를 직접 번역해 보니 앞으로는 시를 쉽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정환(65) 시인이 자신의 신작 『자수견본집』(아시아출판사)을 직접 번역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신작 시 20편과 그 영역본을 함께 묶어 영역 대역으로 시집을 냈다. 25번째 시집이다. 아시아출판사 측은 “이미 발표된 시집이 아닌 신간 시집을 한영 대역으로, 특히 작가가 직접 번역해서 출간하기는 이번이 국내 최초”라고 밝혔다.

20일 서울 세종로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시인은 “안 그래도 내 시가 어렵다는 말이 많은데, 이걸 다른 사람에게 번역해달라고 하면 민폐가 아닐까 싶었다. 또 내가 영문학과를 나왔고 과거에 번역도 해 본 적이 있어서 직접 번역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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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등단, 백석문학상(2007)ㆍ만해문학상(2017) 등을 받은 김 시인은 “내가 번역을 해보니 남 고생 안 시키고 직접 번역해보길 잘했다”면서 “다른 언어인 영어로 내 시를 체험해보면서 나에게 전에는 없던 표현 영역이 굉장히 많이 생긴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 또 다른 표현 매체로서의 언어에 대해 새롭게 규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시간’이라는 주제에 집중했다. 김 시인은 “시간을 대체하거나 연장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좀 더 깊어지고 오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결국 미완으로 남지 않고 원해서 미완으로 남은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Non in the end incomplete remaining but by choice incomplete remaining. Things are in any degree maybe)’(‘잔’ 중)라며 죽음과 미완, 존재의 의미도 진지하게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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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일근은 생명과 생태에 주목한 시집 '저녁의 고래'를 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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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출판사는 『자수견본집』과 함께 정일근(61) 시인의 신작 시집 『저녁의 고래』도 한역 대역으로 출간했다. 『저녁의 고래』는 부부 번역가인 지영실과 대니얼 토드파커가 옮겼다. 정 시인은 “내 시가 영역된다는 사실에 공포감이 있었다”며 “어떻게 시를 번역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것은 나의 몫이 아니고 번역자의 몫이라고 판단해 번역을 맡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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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고래』는 1985년 등단한 정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이다. ‘문득 저녁 바다에 혼자 남은 고래 / 생각했네 내 오랜 바다 친구인 고래는 / 이 별에 저녁이 오는 것을 알까(A whale has remained alone in the evening sea / I suddenly wonder if my old friend the whale knows that evening comes to this world)’(표제작 ‘저녁의 고래’ 중)에서 드러나듯 시인은 생명과 생태, 평화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우면서 이들 속에 내장된 선함에 주목했다. 그는 “환경, 생명을 위해 고래를 보호하려는 운동가로서가 아니라, 시인으로서 고래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출판사는 한국의 대표 시인들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한영 병기한 뒤 국내외에 보급하는 ‘K-포엣(Poet)’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저녁의 고래』는 ‘K-포엣’ 시리즈 일곱 번째, 『자수견본집』은 ‘K-포엣’ 시리즈 여덟 번째 시집이다. 그간 안도현, 허수경, 백석 등 시인의 작품이 ‘K-포엣’ 시리즈로 나왔다. 방현석 아시아출판사 편집주간은 “한국시의 저변을 확대하고 해외에 알리려는 작업의 목적으로 한영 대역시를 출간하고 있다. 아마존을 통해 20여 개국에서 월 100권 정도 팔린다”면서 “앞으로도 신작 시집을 적극적으로 한영 대역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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