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이라 안전한 상품 원했는데 DLS 권해"
"목소리 낮추세요! 우리는 당신들이 사기 쳐서 생뚱맞게 돈을 날리게 된 사람들이야. 당신네도 공범이라고!"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위례광장로에 있는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근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고객들이 아침부터 은행에 몰려온 것이다.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을 찾은 DLS 투자 피해자들. /서영일 인턴기자 |
이날 은행을 찾아온 피해자는 6명으로 대부분 은퇴한 고령자였다. 인터뷰에 응한 윤모씨(38·여)는 어머니와 함께 은행을 찾았다. 1948년생인 윤씨의 아버지는 이 지점에서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에 4억원을 투자했다. 윤씨는 "부모님이 아파트를 정리하고 생긴 매매금액을 투자했는데, 두분의 노후자금으로 사용해야 하는 돈이라 안전하게 굴릴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때 은행에서 추천해준 게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S였다"고 말했다.
강모씨(59·여)도 비슷한 경우였다. 강씨는 "다른 지점에 가입해둔 3년짜리 원금보장형 상품이 곧 만기를 앞두고 있어서 상담을 받으려고 위례신도시지점을 찾았다. 그때 은행 직원이 새로운 상품을 소개해준다면서 권유한 게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S였다"며 "원금보장이 된다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 상품을 추천한 직원에게 해당 상품(구조)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처음에는 상품 가입을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자 은행 직원이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다. 안정적이고 위험률은 0.1%도 안 된다'며 투자를 권유했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지점에서만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앞두고 있는 투자자가 4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위례신도시지점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있다. 은퇴하고 위례신도시에 자리잡은 고령자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고액 단위로만 투자할 수 있고 상품 구조가 복잡한 금리연계형 DLS 피해자가 유독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쯤 시작된 피해자들과 은행 직원들의 상담은 거의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상담이 진행된 지점장실과 상담실 밖으로는 간간이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 상담을 끝내고 밖으로 나온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수억원의 돈을 앞으로 한두 달 안에 모두 잃게 생겼다는 생각에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의 경우 평균 예상손실률이 95.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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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은행 직원들이 '안전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 투자했다고 주장한다. 6억원을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날릴 상황에 처한 어머니를 대신해 이날 은행을 찾은 또다른 윤모씨(38·여)는 "아무리 지수(국채 금리)가 하락해도 만기날 지수가 회복되면 손실이 없는 상품이라고 은행이 계속 이야기했다"며 "어머니의 경우 투자성향이 안전형이라는 걸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투자자 성향 분석 설문을 보면 정반대로 기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들도 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중도 환매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예정돼 있는 사안"이라며 "금감원이 조사할 경우 이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3654명에 달한다. 우리은행에서 투자한 개인이 1632명, 하나은행에서 투자한 개인이 1829명이다. 적게는 투자금액의 50%에서 많게는 100%까지 날릴 위기에 처한 개인투자자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서영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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