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현정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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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이 한국 자본시장의 '블랙스완'이 됐다. 당초 손실가능성이 낮다며 '중위험, 중수익'을 원하는 은행 고객들에게 팔렸던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펀드(DLF)가 투자자 원금 대부분을 날릴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 됐다.
해당 상품을 만든 금융투자사들은 당시 '시장의 니즈'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나, 시장에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위험한 상품을 안전장치 없이 내놨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결합상품 중 DLS 상품을 만든 곳은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이다.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은 이들 증권사가 만든 DLS를 자신의 사모펀드 폴트폴리오에 담아 DLF를 만들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이렇게 만들어진 DLS와 DLF를 가져다가 1조원 가까이 팔았다.
금리연계 파생상품은 최근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JP모간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금리와 연동한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만들어 팔아왔고, 국내에 이같은 구조의 상품을 선도적으로 들여온 것은 하나금융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주로 해외IB들의 '도매상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직접 상품을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시장에 소개된 해외금리형 파생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후발주자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외금리 연계 DLS 도입에 대해 하나금융투자는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한다. 예상치 못하게 금리의 방향성이 뒤집히면서 이같은 '재앙'이 닥쳤다는 해명도 내놨다.
기존 주가지수 연계형 ELS 투자가 대부분이었던 2015년, 항셍차이나기업지수(HSCEI) 급락으로 ELS의 손실 가능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주가지수가 아닌 다른 기초자산을 활용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2016년부터 다양한 구조의 해외금리 연계 DLS 상품이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판매액이 증가해 왔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 당시 시장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2019년 3월 FOMC를 기점으로 이같은 기대가 크게 변화하게 됐다"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들 중 일부는 2019년 판매됐으나, 대부분은 지난해 하반기 판매됐던 상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손해를 눈 앞에 둔 투자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투자자들을 대리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독일, 영국 등 해외 금리의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도 상품판매를 판매회사나 자산운용회사가 강행했다"며 불완전판매 소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수익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누리는 "DLS, DLF 상품은 금리가 아무리 상승해도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이 3~5%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투자원금 100%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수익과 손실 간의 불균형이 대단히 극심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상품을 찾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은행들이 이같은 상품을 '주문'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영업망이 가장 넓다는 이유로 국내 파생연계상품시장에서 최고 '갑'의 위치에 있다"며 "은행이 원하는 파생상품을 명시해 만들 것을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은행이 증권사 등에 요구해서 만든 상품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판매사인 은행이 발행사인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금융상품을 "OEM' 방식으로 주문제작했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펀드 설정과 운용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고유의 업무인데, 판매사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펀드가 만들어졌다면 인가가 없는 금융사가 펀드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도 실태조사 등을 통해 'OEM펀드' 여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생금융상품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가입 시 '중수익'이면 당연히 '중위험'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중수익임에도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들이 분명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김도윤 기자 justice@, 박계현 기자 unmblu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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