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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ESC] ESC’s Pick!-워크맨·화장 지워주는 남자·휴거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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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s Pick!

유튜브 : 세상 모든 알바를 리뷰하다

세상의 모든 잡(Job)을 리뷰한다. 프리랜서 장성규에게 직업 체험을 시키는 인력사무소 채널 <워크맨>의 슬로건이다. 극장, 피시방, 고깃집 등 예상 가능한 알바부터 워터파크, 녹즙 배달, 야구장 맥주보이처럼 생소한 알바까지 4시간 동안 직접 일을 해보고 그 자리에서 일당 봉투를 열어 금액을 확인한 뒤 지나치게 솔직한 소회를 밝히며 끝난다. 이 채널의 포인트는 장성규와 구독자 모두 시급이 얼마인지 모르고 일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영상을 따라가면서 노동의 강도와 처우 등을 고려해 대충 얼마 정도 일당을 받겠다는 예상을 하다가 봉투를 개봉하는 순간, 장성규의 가감 없는 드립이 터진다. “키즈 카페라 그런지 시급도 아기만큼 주네?” 직급도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이 직원 자율을 강조하는 애플리케이션 회사는 ‘개판’이라고 말하고, 몸에 맞는 유니폼이 없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과체중은 채용 차별을 당하느냐고 묻는다. 좁은 창고에서 박스를 쌓아놓고 30분 동안 급히 먹는 점심시간처럼 이 땅의 알바들에겐 익숙한 풍경이 지나갈 때, 가만, 이게 당연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자각과 함께 ‘내가 무슨 일을 할지’에서 ‘저 회사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로 시점이 옮겨가는 순간! 이 채널은 결국 최저 시급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성규의 ‘약 빤’ 캐릭터 하나로 분위기는 전혀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최근의 유튜브 예능 중 가장 웃기다. 가만 보니 <워크맨>, 이 채널 아주 세련됐다.

최고운(에세이스트)

웹툰 : 화장 지우게 하는 화장 이야기

2016년 페미니즘 표어 ‘걸즈 두 낫 니드 어 프린스’(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는 왕자를 필요로하지 않는다)가 등장한 이후 우리 사회에선 여성의 역할과 구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한층 더 거세게 제기됐다. 하지만 반론과 압력도 만만치 않게 등장했는데, 그중에서도 만화가 손쉬운 공격대상이 돼 절필을 요구받곤 했다. 2018년 5월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웹툰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이런 공격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목소리를 유지한 최전선 사례로 꼽힌다.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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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화장이라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이 그간 남성 사회 속에 살아남기 위해 맞닥뜨린 온갖 외모 차별과 사회적 굴레들을 눈앞에 들이밀기 시작한다. 독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고 넘기는 얘기로 치부했던 온갖 시선과 발언이 실은 암묵적으로 승인된 권력 행사임을 보게 된다. 또한 그에 부합하려 애쓰는 일이 사실은 좀 이상한 것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이와 같은 현실 풍자적 묘사를 티브이(TV) 미용 토너먼트라는 형식 속에서 능수능란하게 끌어내는 영리함이 경탄스럽다. 보통 사회운동하면 피 끓는 목소리의 구호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살짝살짝 내비치는 로맨스 스릴러 풍 복선도 볼거리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

■ 웹 소설 : 실화가 갖는 힘

웹소설이 종이책 소설과 완전히 다른 장르라는 시각이 있다. 나는 웹소설과 종이책 소설의 차이가 알려진 것보다 적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캐릭터, 장면, 행동이라는 좋은 스토리의 3요소는 그대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장호 작가의 <휴거 1992>가 좋은 예다. 2016년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됐다. 웹소설로 특이하게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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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선교회라는 기독교계 종파는 1992년 10월28일에 종말과 함께 신자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휴거’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종말은 오지 않았다. 종말론을 외치던 목사는 알고 보니 종말 이후가 만기인 채권을 갖고 있었다. 사기죄로 유죄판결 받았다. 일산경찰서 경찰 양형식은 어머니가 이 종교에 빠져 자살한 상처를 갖고 있다. 24년이 지난 2016년 어느 교회에서 신도 100명이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 양형식은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100명은, 서로가 서로를 죽인 것이었다. 1992년 휴거 사건이 배후에 있었는데…(스포일러 나빠요)

캐릭터 구현과 묘사는 정통 미스터리 문학의 장점을 그대로 가졌다. 문장은 건조하고 간결하다. 장 작가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 ‘유통’은 웹소설의 장점을 택했다. 웹소설로 먼저 연재한 뒤 종이책(해냄)을 발간했다. 영화제작사에 영화 판권이 팔렸다.

고나무(<팩트스토리> 대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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