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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일본 DHC의 궤변, 퇴출밖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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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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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 방송 내용이 알려지며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거센 일본 디에이치씨(DHC)가 논란 나흘 만에 역사와 사실을 왜곡한 궤변으로 일관된 입장을 내놨다. 한국 소비자 무시는 물론,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윤리도 없는 업체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일본 화장품 회사인 디에이치씨의 유튜브 채널 <디에이치씨텔레비전>이 14일 대표이사 이름으로 띄운 공지문은 사과는커녕 선언문을 방불케 했다. 한국 언론의 비판이 ‘인상비평’이라 하고, 상품과 언론은 별개라며 “상식을 넘어 전개되는 불매운동은 ‘언론 봉쇄’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지저분한 단어를 써가며 소녀상을 폄훼하고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가짜뉴스를 공공연히 내보낸 뒤 ‘언론’임을 내세운 것 자체가 뻔뻔하다. 특히 한국법인인 디에이치씨코리아가 사과문을 발표한 13일에도 ‘한글 망언’의 당사자인 극우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를 다시 패널로 불러낸 것은 ‘도발’로 볼 수밖에 없다. 함께 출연한 극우 정치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는 불매운동을 두고 “한국인은 하는 짓이 어린아이 같다”고도 했다. 이런 혐오 발언이 어떻게 ‘언론의 자유’인가. 그러면서도 “디에이치씨그룹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의 유지·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히다니, 자기분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그룹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은 비즈니스 호텔체인인 아파(APA)그룹의 모토야 도시오 최고경영자와 함께 극우 발언으로 논란이 되어온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그는 3년 전 재일동포 중 일본 비난만 하는 이들이 있다며 “‘사이비 일본인’은 필요 없으니 돌아가라”고 하는가 하면, 지난해 디에이치씨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제재를 받자 “각 분야에 반일사상을 가진 자이니치가 너무 많아져 걱정”이라 말했다.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 대응법’이 만들어지며 오프라인 시위는 조금 주춤하지만, 인터넷과 유튜브에서의 혐오발언은 더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개인도 아니고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기업이 이런 채널을 운영한다는 건 그 사회의 낮은 인권 인식 수준을 드러내는 일로, 일본인들 스스로 부끄러워할 일이다.

한국에선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서 디에이치씨 제품이 사라지고 있고, 전속모델이던 배우 정유미씨는 초상권 사용 철회와 모델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 오만한 기업엔 단호하게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잘 가라, 디에이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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