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에서 2진 대장을 맡았던 김승룡 소방정(오른쪽 셋째)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뤄진 합동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62일 동안 실종자 19명 중 18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아직 찾지 못한 한 분을 떠올리면 안타까움이 큽니다. 찾아낸 뒤 귀국을 했어야 하는데. 송구한 마음입니다."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발생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합동 인터뷰에서 이역만리에 실종자 한 명을 남겨두고 온 것을 가장 마음에 걸리는 점으로 꼽았다. 사고 발생 직후인 5월 30일 정부는 해경·해군과 소방대원 25명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긴급구조대'를 꾸려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다. 소방청 국제구조대 1진 12명은 6월 25일까지, 2진 12명은 6월 24일부터 7월 30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상과 수중, 공중을 넘나들며 수색 작업을 펼쳤다. 해당 기간 국제구조대는 410회의 수상 수색, 14회의 수중 수색, 86차례의 헬기 수색을 통해 시신 18구를 수습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 대원들은 연신 "안타깝다" "송구하다"고 했다.
두 달이 넘는 수색 작업 기간 이들은 다뉴브강을 둘러싼 자연 환경과 악전고투를 펼쳐야 했다. 수중에선 빠른 유속과 짧은 가시거리를 비롯해 공기를 공급하는 '생명줄'을 위협하는 선체 잔해와 맞닥뜨려야 했으며, 선체가 인양된 뒤 강가 양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육상 수색 작업에선 끝없는 수풀과 진흙탕, 모기떼와 싸워야 했다. 1999년 터키 지진, 세월호 참사 등 국내외 대형 사고 현장에서 활약한 베테랑으로 구성된 국제구조대도 다뉴브강 수색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1진에서 수중수색에 참여한 박성인 소방장은 "유속이 워낙 빨라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부터 힘들었고, 수중 랜턴을 비춰도 시야 확보가 거의 되지 않아 손으로 더듬어가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2진 대장을 맡았던 김승룡 소방정도 육상 수색과 관련해 "펄이나 경사진 돌무더기 구간, 수풀만으로 이루어진 곳을 뒤져야 했다"며 "강가 수풀에 모기떼도 극성을 부려 온몸에 모기퇴치제를 발라도 물린 자국이 흉터처럼 남았다"고 밝혔다.
실종자를 찾아냈을 때도 구조대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1진 대원으로 파견됐던 김성욱 소방위는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할 때 선체 안 시신을 운구했는데, 6세 어린이를 수습했을 때가 가장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1진 대장이었던 부창용 소방령도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하고 선체 안에서 3명밖에 찾아내지 못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트라우마를 호소한 대원도 있었다. 김승룡 소방정은 "시신을 수습하면서 시각·후각 양쪽으로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며 "임무 수행 후 4박5일간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했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트라우마에 노출된 대원들이 정기적으로 다년간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해외 출동만이 아니라 국내 대형 재난에 노출된 소방대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악조건에 노출된 대원들은 헝가리 교민들의 봉사 활동이 구조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1진 대원이었던 이재칠 소방위는 "사고현장으로 떠날 때만 해도 활동 기간을 정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개인 용품을 충분히 챙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현지 공관에 계신 분과 교민 분들이 옷과 음식은 물론이고 현지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도 세심하게 챙겨 줘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원들은 이번 국제구조대 활동을 돌아보며 개선해야 할 점도 언급했다. 김승룡 소방정은 "출동대원 입장에서 보면 필수 공통장비 외에 사고 유형별로 특수장비를 사전에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출동대비 태세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훈련하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시나리오하에 정기적 훈련이 실시될 필요도 느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이번 구조대 활동 과정을 면밀히 분석한 뒤 개선점을 찾아 국제구조대 운영에 반영할 예정이다. 도시 탐색 위주로 편성된 유형별 장비를 수난 항공기 등으로 더욱 세분화해 운영하고, 미편성돼 있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출동 예산도 소방청 자체 예산에 편성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국제구조대의 지휘권 강화를 위해 소방정 이상으로 지휘자를 임명할 계획이다.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