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층 높이 건물벽서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져”
성실한 30대 형제 참변…외국인 근로자도 다쳐
14일 오전 강원 속초시 조양동의 한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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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건물 외벽에 설치된 승강기가 순식간에 떨어졌어요.”
14일 오전 8시28분쯤 건설용 승강기(호이스트카) 추락사고가 발생한 강원 속초시 조양동 서희스타빌스 아파트 공사장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동료 근로자는 당시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그는 “굉음과 함께 15층 높이에서 떨어진 승강기에 가보니 타고 있던 근로자들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장근로자는 “’쿵’소리가 들리더니 탑승자 숨이 멎은 거 같으니 빨리 119에 신고를 하라”는 고함이 잇따라 들리는 등 현장은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고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추락 현장은 길이 50m 가량의 철제 레일이 엿가락 같이 휘어지고 부서진 자재가 여기저기 흩어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사고로 승강에 타고 있던 변모(38)씨와 함모(35), 원모(23) 등 3명이 숨지고,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또 다른 변모(35)씨가 다발성 골절상을 입어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숨진 변씨와 중상자는 친형제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동료 근로자 이모(56)씨는 “경기도에서 온 형제는 평소 말이 없으나 성실했던 친구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사고를 당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승강기 추락 후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중앙아시아 출신 근로자 2명도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들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라져 경찰이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이날 오전 20층부터 한 층씩 내려오며 승강기를 지탱하는 구조물을 해체하던 중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변을 당했다.
경찰은 승강기를 지탱하기 위해 외벽에 설치된 리프트 레일 구조물(마스트)이 뜯겨 나가면서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31층 규모 주상복합으로 12월 준공예정일을 맞추기 위해 최근 4개의 공사용 승강기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추락한 승강기는 지난 12일 원하는 층을 누르면 자동으로 서도록 하는 장치를 해체한 뒤 수동으로 작업 중이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은 아파트 시공사의 하도급 업체가 진행했다.
14일 오전 강원 속초시 조양동의 한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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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건물 외벽에 레일지지대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점을 들어 레일과 승강기를 연결하는 볼트가 풀렸거나 제대로 고정되지 않는 등 안전관리 소홀이 이번 사고를 불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당 승강기는 건물외벽에 3층(9m) 간격으로 레일(마스트)을 고정해 리프트가 오르내리도록 설계됐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이스트 해체 시 작업속도를 위해 고정장치를 미리 풀었는지 등 안전 매뉴얼을 지켰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속초 승강기 추락사고 -송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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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 20여명은 이날 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벌였다. 감식반은 공사용 승강기를 지지하던 구조물의 이상 여부와 승강기의 결함 등을 집중 조사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사고는 고용노동부가 정한 ‘추락 재해 예방의 날(매월 14일)’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다만 사고 현장은 공사 규모가 500억원 이상이어서 소규모 건설현장 점검 대상(120억원 미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가 난 현장은 공사규모가 530억원에 달해 서희건설이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고,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면 안전보건공단에서 6개월마다 확인 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며 “현장 점검이 잘 이뤄졌는지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속초=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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