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는 국민 보건과 안전, 국가안보 등 요인을 고려해 일부 품목은 10%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핸드폰과 랩탑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부과를 12월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 트럼프, 성탄 시즌 대비해 일부 관세 유예..중국에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지금까지 미국산 농산물을 대규모로 구입하지 않았다며 '아마도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늘 그랬듯이 중국은 우리 위대한 미국인 농부들에게 '대규모' 구매를 할 것이라 말했다"며 "지금까지 그들은 말한 바를 실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에 대한 10% 관세부과 계획을 일부 연기하기로 한 것은 소비자에게 미치는 충격을 피하기 위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에 따라 크리스마스 쇼핑시즌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많이 사려는 의향이 있다. 그들은 진정으로 협상타결을 원한다. 중국은 무역에 관해 뭔가 극적인 것을 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 트럼프의 일부 품목 관세 유예 이유는..소비와 주가흐름 등 고려한 조치인 듯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시즌 영향' 때문에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유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관세부과가 연기되는 품목은 휴대전화, 노트북, 비디오게임 콘솔, 일부 장난감, PC 모니터, 일부 신발 및 의류 등 다양한 소비재 제품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관세 유예규모가 약 1560억 달러로 추가 관세부과 규모 3000억 달러의 50%가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인들의 소비 구조와 유예 제품 등을 감안할 때 연말 경기을 감안한 결정일 듯하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산 수입품 3천억 달러 중에는 소비재가 약 40%로서 미국 가계 소비의 약 40%를 담당하는 연말 쇼핑시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연말 쇼핑시즌 소비 둔화와 이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또 "8월 2일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예고 이후 나타난 미국 금융시장 조정(주가 하락, 달러 강세, 금리 하락)으로 인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도 트럼프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에 대한 압박 등으로 주가가 움찔하면 중국에 대한 발언 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거론하면서 3천선을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벌였던 S&P500 등 주가지수가 미끌어졌다.
S&P500 지수는 7월 12일 3013.77을 기록하면서 3천선을 넘긴 뒤 3천선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7월 26일 3025.86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 발표 후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8월 5일엔 2900선을 내주고 2844.74까지 하락했다. 최근 주가지수가 이번 하락의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 트럼프의 관세 유예 발표가 나온 것이다. S&P500도 다시 2900선 위로 올라왔다.
그간 교묘한 트럼프가 주가지수에 따른 발언의 강도를 조절한다는 의심은 계속 있어왔다.
최근 S&P500 지수가 고점을 3천선 위까지 높여봤기 때문에 다시 지수가 3천선 위로 올라오면 트럼프가 강경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 트럼프 다소 누그러졌지만..미-중 본격 화해 무드 자신하는 시각은 거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지만, 미중이 본격적인 화해무드로 돌입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히 낮다.
일각에선 중국이 강경하게 나오자 트럼프가 꼬리를 내렸다거나 중국의 버티기 전략에 미국이 작전상 후퇴를 택했다는 지적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미중 긴장이 크게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강하다.
앤드류 헌터 캐피탈이코노믹스 연구원은 회사 홈페이지에 "30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 절반 이상 관세 부과를 3개월 연기한 일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영향이 갈 수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미국측 이번 행보를 미중 무역긴장이 완화했다는 신호로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시적 유예에 그칠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도 미중은 때때로 타협을 향해 진전을 이루면서 다툼을 계속할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중 긴장이 다소 누그러진 듯이 보이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의 대중 추가 관세 연기는 일시적 유예에 불과할 듯하다"고 관측했다.
이번 조치로 미중 무역분쟁과 연관된 불안심리가 일시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두언 연구원은 "무역분쟁 불안이 일시적으로는 진정될 것이나 양국의 무역 이슈에 대한 견해의 차이로 획기적인 분쟁의 해결은 어렵다"면서 "12월 15일 이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혹은 쿼터 도입 등으로 분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9월 워싱턴 회담의 성사 여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재개 가능성 등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의 재선을 원하지 않지만,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 자신이 늘 쓰는 표현대로 '위대한 미국 농부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또 조만간 중국 역시 트럼프가 제시한 카드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성택 연구원은 "해외시각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전반적으로 'Positive surprise'로 평가하면서도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화웨이 규제 완화, 중국의 미 농산물 수입재개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향후 화웨이 관련 미국 조치,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재겨 여부 등 봐야
자료=미국 소매판매와 코어물가, 국채금리 흐름 (국금센터) |
금융시장에선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잠깐 누그러진 데 대해 적극적인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 9월 협상을 할 것이란 보도도 나오는 가운데 변화의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운용사의 한 주식 매니저는 "트럼프의 뒤통수를 치는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면서 "전일 홍콩 사태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장이 하락한 뒤 오늘 올랐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 역시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트럼프가 향후 좀 달라질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모양새가 빠지기 때문에 트럼프가 시진핑에 굴복하는 그림을 연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도 타격이 있지만, 중국은 권력자들이 비교적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때문에 더 잘 버티는 측면도 있다. 중국은 또 변동이 제한된 데다 자신들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위안화 환율 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미국의 인내심도 시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 연기 조치에도 국내 주식시장이 경계해야 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는 조언들도 엿보인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추가 관세 발표 후 10일만에 일부를 연기하거나 제외할 것이었으면 아예 처음부터 뺏어야 한다"면서 "오히려 중국측의 대응 수위가 높아질 우려도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제 미국채 10-2년 스프레드가 6~7bp에서 3~4bp로 축소됐고 금가격은 1500불을 지켰다. 달러 강세까지 감안하면 더 사는 수급"이라며 "미 달러 강세 지속 가능성은 위안화 절하 고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홍콩 시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다음주 잭슨홀 미팅에서 미 연준에 대한 기대도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무역분쟁 우려가 일시 누그러지더라도 경기 우려 등으로 트럼프의 파월 의장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예상은 많은 편이다.
아무튼 위험자산 시장이나 글로벌 경제 입장에서 볼 때 미국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왔지만, 큰 비중은 두지 않는 게 일반적 관점이다.
김성택 국금센터 연구원은 "추가관세 부과 일부 연기, 미·중 협상 재개는 긍정적이나 단기간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건 시기상조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또 최근 홍콩사태 악화가 복병이 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를 미국 측의 강경입장 완화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며 미 경제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여 세부 시행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8월 19일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수출 임시허가기간 종료 이후의 미국 조치,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재개 여부 등이 협상 모멘텀 회복의 주요 변수라고 풀이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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