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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사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아파트값 거품 빼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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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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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르면 10월 초부터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를 토지비와 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자와 건설사가 더 이상 분양가를 맘대로 책정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건설하는 아파트에만 적용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도입돼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2014년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투기 억제책을 무더기로 풀면서 민간 아파트를 제외했다. 그 결과 집값 급등을 불렀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집값 불안 심리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32주 연속 하락한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서 5주 연속 올랐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이게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21%로 아파트값 상승률 5.7%의 4배에 이른다. 강남은 3.3㎡(1평)당 분양가가 5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일차적으로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 구 모두와 경기 과천·광명·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 지정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분양가를 주변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분양가가 지금보다 20~30% 내려가는 것이다. 고분양가에서 거품을 빼면 그만큼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부담이 줄어들고 종국적으로 집값 하향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로또 분양’을 걸러내기 위해 현재 3~4년인 전매제한기간을 5~10년으로 대폭 연장하기로 했다. 또 주택법을 개정해 공공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최대 5년의 거주의무기간을 민간 아파트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청약시장을 투기 세력이 아닌 실소유자 위주로 재편하기 위한 조처로 평가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안착되려면 무엇보다 공급 축소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로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이 줄어들게 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자와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뤄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9·13 대책’ 때 서울 4만가구를 비롯해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차질 없는 집행을 통해 실수요자들에게 앞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투기 억제와 함께 양질의 주택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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