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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한일관계 밝히는 미래세대] ① "양국 과거사 내 일처럼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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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접해…식민지배 불법성 토론도

"日 경제보복·극우 정치인 망언 등 역사 부정에 충격·분노"

연합뉴스

청소년들의 아베 정부 규탄집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정래원 기자 = "고등학생 때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역사가 단순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지금 나와 상관있는 일'이라는 점을 피부로 느꼈죠."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서울겨레하나 주최로 열린 일본 정부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홍다빈(20)씨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홍씨는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경제문제와 엮어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 양 행세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며 "최근 뉴스를 접한 뒤 평소 역사문제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등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국내에서 일본에 대한 반발감이 커지는 가운데 청소년과 대학생들도 일본 정부를 향한 항의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최근 일본대사관 주변에서 이어지는 일본 정부 규탄집회도 이들 세대가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나 1945년 광복 등과는 한참 떨어진 세대다. 그러나 학교 교육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일제의 조선인 강제동원 등 불행했던 과거사를 접하면서 나름의 논리와 시각을 바탕으로 현 시국에 대한 행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등학교 2학년 진승휘(17)군은 "수업 시간에 배우면서도 잘 와닿지 않던 과거사 문제가 최근 이슈를 보며 나의 일처럼 느껴졌다"며 "최근에는 학교 역사 동아리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문을 연구하거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두고 토론하는 시간도 있었다"고 했다.

역사교사가 꿈이라는 이소윤(17) 양은 "어릴 때부터 책으로 접한 과거사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에 경제보복으로 대처하는 걸 보고 분노해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학교에서는 일본산 필기구보다 국산을 쓰자는 캠페인을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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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 관련 결의문 발표하는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매주 수요일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도 1020세대 청년들이 주축이다.

이들이 특정한 시기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즉흥적으로 일본에 반감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 교육 등을 통해 이미 한일 과거사 문제를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양국 간 갈등이 불거지면 자신들의 지식으로 현실을 판단해 행동한다는 분석이 있다.

2014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려 결성된 청소년·대학생단체 '평화나비 네트워크' 김샘(27) 전 대표는 "일본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10∼20대는 대부분 중·고등학교 시절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배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그런 청년들이 잘못된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경제보복이나 극우 정치인들의 망언을 접하고 '교과서에 나오는 식민지 시기 만행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충격과 분노를 느껴 행동에 나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일상적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해 한일 과거사에 대한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여론 조성에 동참한다는 점도 1020세대의 한 특징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다룬 영화 '김복동' 개봉일인 8일 인스타그램에는 여러 장의 '관람 인증샷'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에 '김복동' 입장권 사진을 찍어 올린 대학생 김하림(22)씨는 "요즘 같은 시기에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해 개봉일에 바로 영화를 보러 갔다"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일본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는 날까지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는 한일관계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일본의 또래들과 교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다만 이들 세대에서 한일 과거사에 대해 진전된 공감과 교류가 이뤄지려면 일본 내에서도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초 한일 대학생 교류 행사 '성신학생통신사'에 참석한 대학생 박민아(24)씨도 갈등 해결을 위해 올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일본 학생들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역사 시간에 잘 배우지 않고, 대학에 진학해서야 관심이 있는 사람만 공부하는 정도라 문제라고 느꼈다"며 "일본 젊은이들도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배운다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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