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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공립 유치원의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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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다섯살 큰아이는 요즘 유치원에 가기 싫어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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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98] "엄마, 나는 방학이 없었으면 좋겠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다섯 살 큰아이는 요즘 유치원에 가기 싫어한다. 한 달이나 되는 여름방학 동안 유치원 담임교사와 같은 반 친구들이 유치원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오늘 하루만 휴가 내면 안 되는지 내게 묻는다.

맞벌이 부모를 둔 내 아이는 5~7세 통합반에서 하루 종일 형·누나들과 시간을 보낸다. 담임교사가 보고 싶다거나 원래 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매번 출근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치원에 아이 등을 떠민다. 새로운 대체교사와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든 모양이다. 적응이 끝날 때쯤 방학도 끝날 것이다. 매년 한 달씩 두 번이나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

초등학교 급식을 먹는 유치원 아이들은 방학 동안 외부업체 도시락을 먹는다. 학교가 방학기간에는 급식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정이 초등학교 중심으로 돌아가고 아이가 힘들어하니 나도 방학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마철에는 셔틀버스 운영이 간절하다.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게 낫다'는 육아 선배의 충고가 이제서야 귀에 들어온다.

실제 방학 중 급식 미실시, 긴 방학, 혼합반 운영 등은 국공립 유치원 이용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공립 유치원 이용 현황을 조사한 정부의 용역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공립 유치원 정원 10자리 중 2자리는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경남, 강원 등은 정원 충족률이 70% 수준에 불과하다.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방과 후 돌봄 문제, 방학 중 교사가 없는 점 등이 국공립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방과 후 과정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거나 방학 중 방과 후 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점, 짧은 교육과정과 긴 방학 같은 운영시간에 대한 불만족, 혼합반 운영 등도 원인 중 하나다.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소리다.

방학 중 초등학교 차량을 이용할 수 없고 급식이 초등학생 기준으로 돼 있어 유아 신체 발달 수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겸임 원장·원감의 유아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정부의 주요 정책인 국공립 유치원 이용 유아 비율 40% 확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물론 장점도 있다. 사립유치원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비교적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다. 여기에 위 문제점이 개선된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국공립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줄을 설지도 모를 일이다. 방학기간에도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날이 오길 희망해 본다.

[권한울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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