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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 작년말부터 징용 문제 美지지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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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한국 대법 판결후 美국무부와 협의해 지지 끌어내

미국, 戰後 샌프란시스코 조약 '청구권 포기' 원칙 깨질까 우려"

일본이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나온 후, 징용 피해자들이 미국 소재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할 것에 대비한 협의를 미 국무부와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외무성은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될 경우 미 국무부가 '소송은 무효'라는 의견을 미국 법원에 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미 국무부가 작년 말 일본 주장을 지지한다는 판단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이어서 미국은 지난 7월 고위급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달 초 태국에서 열린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에게 다시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한·일 간의 징용 피해자 논쟁에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주도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을 국제법적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이에 따라 한·일 간 청구권 협상이 시작됐다. 한·일은 첫 협상이 시작된 후, 14년 만인 1965년 현재의 청구권 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대법원의 판결로 한·일 청구권협정의 예외를 인정하면,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정한 '전쟁 청구권 포기'원칙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포로로 붙잡혔던 미국인들은 2000년대 "일본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며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으로 청구권을 포기했다며 원고 측 청구에 반대되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 미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미국은 대법원의 판결을 일본이 받아들이면 일본군 포로였던 미군 피해자들이 다시 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는 외무성의 고위 관계자가 9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은 과거에 합의한 청구권 협정을 한국이 다시 맺으려고(rewrite) 하는 것 아닌지 우려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청구권 협정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의해서 만든 전후(戰後) 질서의 일부분이기에 미국에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다"고 했었다.

도쿄신문도 10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취한 조치는 '수출 관리'가 아니라 보복성 경제제재가 분명하다면서 이 같은 조치가 올 초부터 구체적으로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1월 자민당의 아카이케 마사아키(赤池誠章) 참의원 의원은 자민당의 외교부회, 외교조사회의 합동 모임에서 "사람, 물건, 돈 이런 3개 영역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구체적으로 바로 가능한 것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반도체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세정제인 불화수소 등의 전략물자 공급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 모임에 출석한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총리 관저(官邸·집무실)를 중심으로 정부 전체에서 한국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연구,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부터 시작한 '수출 규제' 강화는 아카이케 의원이 1월에 주장한 제재안이 실행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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