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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대졸·여성 표심 이탈에… 트럼프, 총기규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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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구매자 신원조회 도입 논의"

총기협회 최고 후원금 받아온 與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가세

미국에서 발생한 연쇄 총기 참사로 여론이 악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여당이 총기 규제를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지난 25년간 단 한 건의 총기 규제 법안도 통과되지 못한 연방의회 분위기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언론들은 "닉슨 전 대통령의 1972년 중국 방문만큼이나 총기사(史)에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폴리티코)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background check) 도입을 두고 하원과 상원 지도부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질환자나 미친 사람에게 총기가 쥐어져선 안 된다"며 "우리 모두는 미국의 안전과 선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치권의 총기 규제 논의를 봉쇄해온 이익단체 전미총기협회(NRA) 측을 설득하고 있다면서 "똑똑한 총기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원조회법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미국에선 총기 종류는 물론, 구매나 소지의 자격에도 제한이 없다. 범죄 전과나 정신병력조차 확인하지 않고 동네 마트나 온라인몰에서도 매매된다.

공화당을 이끄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지난 8일 "9월 의회가 개회하면 적기법과 신원조회법을 중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 총기 규제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는 NRA로부터 의원 중 최고 액수로 파악되는 120만달러의 후원금을 받아온 '특A급'으로, "어떤 총기 규제안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의회의 규제 논의를 가장 앞장서 막아온 인물이다.

이런 매코널까지 총기 규제에 문을 연 배경은 급속히 험악해진 여론 지형이 첫 번째로 꼽힌다. 총기 피해자 등은 '#massacre mcconnell'(대학살 매코널) 같은 해시태그를 퍼뜨리며 비난한다. 텍사스와 오하이오 참사 사건은 가뜩이나 공화당에서 돌아서고 있는 교외 지역 대졸·여성 유권자들의 이탈을 가속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화당의 주요 기부자인 댄 에버하르트조차 "총기 사건을 근절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교외 지역에서 공화당은 전멸하고 말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이번 총기 사건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보수 유권자의 90%도 "신원조회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을 총기 규제라는 '업적'을 남길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백인우월자의 테러가 이어지고 '트럼프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때 총기 규제를 추진해온 양당 의원들이 "민주당 대통령조차 못한 위대한 업적을 남기시라"고 설득한 게 먹혔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양당 의원과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수차례 불러 입법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8일 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반이민과 감세 정책 등으로 보수 지지 기반을 다져놨다는 판단 아래, 내년 대선에서 대도시 중도층으로 지지를 넓힐 수 있는 카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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