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11개월 만에 직접적인 가격통제 카드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꺼내든 것은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데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높은 분양가가 집값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를 묶어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 주변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시장이 이렇게 정부 기대처럼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수익성이 줄어든 재건축·재개발 사업자들이 분양을 꺼리면서 강남 등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몇 년 후 집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당분간 신축이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신규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새집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한 일명 '로또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분양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시장은 그런 예측대로 움직이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한산한 분위기인 반면에 서울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준공 5년 이내 새 아파트는 몸값이 뛰면서 최고 가격을 경신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에 혼란스러운 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시장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들고 있지만 인위적인 개입은 시장을 왜곡하고 건설경기 위축을 부를 소지가 크다. 특히 민간 분양가상한제는 과거에도 공급 위축, 아파트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한 이후 4년간 연평균 민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직전 4년에 비해 24.3% 감소한 28만가구에 그치는 등 공급도 쪼그라들었다. 또한 상한제 시행 직전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잇따르면서 미분양이 속출해 할인분양, 이자후불제가 등장하는 등 시장이 혼란스러웠다. 가격통제는 부작용을 부르기 마련이다. 정부가 땜질식 처방으로 민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보완대책을 같이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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