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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사설] 혁신 클러스터 속도 내게 수도권 규제부터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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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 克日의 길 ①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경기도 김포의 정밀제어용 감속기 전문기업 SBB테크를 찾았다. 반도체·LCD 장비와 로봇 정밀제어에 필요한 감속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놓고 실증 테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소규모 시제품만 판매 중인 업체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로봇 제조기업들과 성능·신뢰성 평가를 함께 추진하고 새로 확보된 추가경정예산에서 자금을 책정해 양산을 시작할 수 있게 지원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들 산업이 제조업의 허리이자 산업 미래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적 분야인데도 그동안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았고 자체 공급망 형성도 부족했다고 보고 이를 극복하려는 방안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62%로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정작 우리의 소재와 부품 자체 조달률은 27%에 불과할 정도다. 디스플레이도 45%에 머문다. 이런 불균형에서 벗어나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려면 도돌이표식 대책 반복이 아닌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01년 제정된 한시법인 소재·부품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등 개정을 추진하겠다는데 차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부터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야 한다. 업계에서는 특히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과 고급 두뇌 유치를 위해 수도권 입지 규제를 예외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특례 규정을 관련법에 담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올 초 국가적 필요성을 인정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수도권 특별용지 물량을 허용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부품·소재 공급 기업과 이를 사가는 수요 기업이 공동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입지를 수도권에 우선 배정해주는 것이다. 부품·소재 산업 육성이 제자리만 맴돈 요인 중 하나가 대기업과 국내 중소기업 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협업체제의 부재였다. 대·중소기업 협업과 더불어 효과적인 산학연 협력체제가 가동되는 혁신 클러스터를 가장 빠른 시일 내 조성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수도권 입지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신설할 범부처 경쟁력위원회에서 기업 간 구체적인 협력모델 계획서를 보고 정책 패키지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니 손에 잡히는 후속조치를 기대한다.

기술을 무기화한 아베 신조 정부의 경제보복은 한·중·일 분업체제와 글로벌 공급망이 안고 있는 불안 요소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우리 주력 산업의 핵심 부품·소재 경쟁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축적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수도권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혁신클러스터의 집적효과와 소재·부품 개발의 스피드를 최고로 끌어올려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그 성과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지역 불균형 문제도 효과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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