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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위기 때 오히려 기회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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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 경제 전반에 암운이 드리웠지만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고초가 크다. 지난달 에칭가스 등 3개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 조치를 발표할 때부터 일본은 한국 반도체산업을 주공격 대상으로 조준했다. 일본이 작정하고 소재 수출을 지연시킬 경우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것이 지금 두 기업이 처한 현실이다. 두 회사 임직원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일 것이다. 일본은 숨통을 겨눠 오는데 정치권에선 "왜 국내 소재산업을 키우지 않았느냐"며 산업 정책의 책임까지 민간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입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목소리 높이고 분노를 표출하지만 실제 최전선에서 맨어깨로 이 공격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기업인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일 긴급 사장단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말했다. 그는 6일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평택 메모리반도체, 용인 기흥구에 있는 시스템 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아산시 탕정면의 디스플레이 사업장 등 '밸류 체인(공급망)' 점검을 위한 현장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5일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한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SK그룹에는 위기 때마다 전 임직원이 하나가 돼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다"며 새 사업 기회의 창출을 주문했다고 한다.

현시점에서 이 부회장이나 최 회장이 느낄 중압감, 현 상황을 보는 속마음을 제3자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절제돼 있으면서도 위기에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안도감을 준다. 허세와 구분되는 당당함, 실천적 사고와 언어가 갖는 힘이다. 오늘의 한국은 이들 기업 선대 경영인의 기업가정신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철저하게 현실에 발 딛는 사고를 하면서, 그러나 현실의 어려움에는 굴복하지 않았던 그 정신이 지금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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