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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 피해자 "국선변호사? 이름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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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한 A씨(22)는 사건 발생 다음 날 경찰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하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신청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성폭력·아동학대 범죄 피해자에게 수사 단계의 피해 진술이나 의견서 제출 등 법률적 조력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7월 마련된 제도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을 통해 국선변호사를 신청하면 각급 검찰청 피해자지원실 및 담당 검사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국선변호사를 배정한다. 이후 수사기관을 통해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 배정 사실이 통보되는 게 일반적 절차다. 피해자는 형사사건에서 국선변호사를 통해 수사 단계의 피해 진술이나 의견서 제출 등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재판이 일주일여 남은 시점까지 국선변호사의 이름조차 몰랐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기록엔 A씨에게 변호인 연락처를 제공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해명했지만 A씨는 "관련 정보 제공이 전혀 없었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전국 시도 해바라기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지부에 배치돼 국선변호를 전담으로 하는 '전담 변호사'와 각 검찰청에 소속돼 사건이 지정될 시 활동하는 '비전담 변호사'로 나뉜다. 2019년 3월 기준 전담 변호사 21명, 비전담 변호사 600여 명이 전국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담 변호사의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소속돼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적 조력 업무만을 담당하지만 비전담 변호사는 평소엔 본인의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피해자 변호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비전담 국선변호사의 경우 사건 관여에 따라 단계별 수임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금액이 크지 않을 경우 본인의 시급한 사건을 우선으로 하고 국선 업무는 서류로 급히 처리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에서 연락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해 피해자들이 재판까지 법률적 도움을 얻지 못하는 사례도 생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자를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피해자 연락처를 받은 변호사는 연락을 취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전담 국선변호사가 국선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도 이에 대한 실질적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전담 국선변호사들에 대한 별도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검찰청으로 민원이 들어오거나 국선변호인이 성실히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국선변호인 명단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제도 시행 이후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가 지원된 건수는 2014년 1만3363건에서 2017년 1만9905건으로 50%가량 증가했다. 이는 성범죄 국선변호사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만큼 제도상 허점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범한 YK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도 수사기관에서의 피해 진술과 가해자와의 합의 등에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며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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