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서점]
한달·한주에 한 종류의 책만 판매
책 내용을 가게 안에 전시 해놔 서점 주인 믿고 사는 고객 많아
매달 선정한 한 권의 책을 판매하는 서울 종로구의 '한 권의 서점'. 서점을 둘러보며 책을 훑어볼 수 있도록 책 속 내용과 추천 이유를 벽면에 전시해놓았다. /박기훈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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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또는 한 주에 한 종류의 책만 파는 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점을 한 바퀴 돌면 책 한 권을 훑어보는 셈이다. 대형 서점처럼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할 필요 없이 서점 주인이 추천하는 책 한 권을 믿고 볼 수 있다. '한 권의 서점'을 운영하는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 내용을 끄집어내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서점을 기획했다"면서 "지난달엔 열흘 만에 1차 재고분이 떨어졌을 정도로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여러 책 사이에 섞여 있을 땐 주목받지 못했던 책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서울 종로 세운상가의 독립서점 '커넥티드 북스토어'는 일주일에 한 권씩 음악·영화·패션 관련 책을 선정한다. 지난 7월 셋째 주의 책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레이 카와쿠보/꼼 데 가르송' 전시 도록이었다. 책 주변엔 사진작가 어빙 펜이 찍은 카와쿠보 작품 사진들을 전시하고 직접 편집한 패션쇼 영상도 틀어놓았다. 김성호 대표는 "손님들이 딱 한 권만이라도 제대로 보고 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면서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손님들을 겨냥해 대형 서점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책들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동네 책방이 그렇듯 책 판매만으로는 서점을 유지하기 어렵다. '커넥티드 북스토어'는 책 판매보다는 함께 파는 음반이나 음악·영화 관련 상품, 행사 기획 등으로 수입을 내고 있다. '한 권의 서점'도 강연이나 책 관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임차료를 아끼기 위해 온라인으로 서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프리랜서 윤형근씨는 지난 5월부터 한 주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배송해주는 온라인 서점 '북어위크(book a week)'를 시작했다. 신간(新刊)에 밀려났지만 잊히기 아까운 구간(舊刊) 중 소장 가치가 있는 책들을 선정한다.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영상으로 찍어 매주 유튜브에 올린다. 윤씨는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 독서모임에 참가하면서 매주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 한 권만을 권하는 서점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책 제목과 작가를 숨기고 새로 디자인한 표지를 입혀 선물용이나 단체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북어위크'는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도 참가해 3일 만에 200권 가까이 판매하며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권만 파는 서점은 일본 도쿄의 모리오카 서점에서 처음 시작됐다. 책과 관련된 내용을 갤러리처럼 전시해놓은 공간이 소문을 타면서 해외 관광객까지 찾는 명소가 됐다. 서점 주인 모리오카 요시유키씨는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2차원의 책을 3차원으로 만드는 시도"라면서 "손님들이 한 권의 책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길 원했다"고 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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