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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테러 위협'에 소녀상 전시 중단...日내부선 "불관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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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규모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올해 ‘표현의 부자유, 그후’ 전(展)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이 "테러 협박 등으로 안전한 전시 운영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된 데 대해 일본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제 중 하나인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가 개막한 1일, 행사장인 나고야시 아이치현미술관 8층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돼 있다. /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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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문화예술인 1000여명이 가입한 국제펜(PEN)클럽 일본센터(일본 펜클럽)는 전날 "(소녀상) 전시는 계속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 단체 소속 작가 기타하라 미노리씨는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전시 중단에 대해 "역사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불관용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번 예술제 실행위원회장을 맡고 있는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지사는 전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캔을 들고 가겠다’는 팩스를 받았다. 테러 협박이나 위협으로 보이는 전화나 메일이 오고 있다"며 소녀상 전시 중단 의사를 밝혔다.

오무라 지사는 "트리엔날레 관람객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싶다"면서도 "이런 일(테러 위협 등)은 유감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을 국민들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트리엔날레 총 감독인 쓰다 다이스케는 "전시 중간에 중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서도 "치솟는 동참과 반감을 시각화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이치트리엔날레는 2010년부터 3년마다 열리는 일본 내 최대 규모의 국제 예술제다. 트리엔날레 기획전인 이번 전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을 비롯해 그동안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작품이 내걸렸다. 헌법 9조를 주제로 한 일본의 전통 시가 하이쿠(俳句),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을 포함한 초상이 타오르는 듯한 영상작품도 포함됐다. 전시된 소녀상은 조각가 김운성(54)·김서경(53) 부부가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개막 당일인 지난 1일 하루에만 전시 관련해 항의하는 내용의 전화가 200건, 이메일이 500여건 왔다고 한다. 이 중 절반이 소녀상에 대한 것이었다. 사무국 직원이 도저히 응대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자, 예술제의 운영 자체에 지장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표현의 자유를 생각한 전시가 항의와 협박 앞에 좌절했다"고 했다.

가와무라 타카시 나고야 시장 역시 지난 2일 현장을 시찰한 뒤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로 행정의 입장을 넘은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소녀상 전시 중지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역시 같은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소녀상이 전시되는 행사에 투입되는 교부금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었다.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조처를 규탄하며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기획전 운영위원들은 트리엔날레 전시 중단 조처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나고야 지방법원에 곧 제출할 계획이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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