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노명현 원정희 배민주 기자]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와 인식을 갖추고 있지만 독일 임대차 보호제도에도 틈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대도시 역시 거주 수요에 비해 주택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임대료 인상 등 다른 나라 대도시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뮌헨이나 베를린 등 대도시의 일부 집주인들은 가이드라인 격인 '표준 임대료'(Mietspiegel, 미트슈피겔) 이상으로 임대료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세입자들은 집 구하기가 어려워 집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윌터 데브리스 독일 뮌헨공대 토지관리학과 교수(사진: 배민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윌터 데브리스 독일 뮌헨공대 토지관리학과 교수는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임대료가 저렴한 집을 찾기 힘들다"며 "세입자들의 임대료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브리스 교수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일부 집주인들은 언제든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며 "임대료 부담을 느낀 저소득층은 지인들과 돈을 모아 집을 매입해 공유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부담은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는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중산층은 적정한 가격의 집을 구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뮌헨시도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 공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데브리스 교수는 "콤팩트시티(Compact City)를 조성해 도심 외곽으로 확장하지 않고 도심 내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도심의 사용되지 않는 여러 땅을 조금 더 유용하게 쓰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서울 인근에 신도시를 조성, 수요를 분산시키는 우리의 방향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인근 지역에 서울과 연결하는 교통망을 조성하고 주택단지와 자족기능을 갖춰 개발하겠다는 것이 그동안 반복됐던 우리 해법이다.
반면 뮌헨이 콤팩트시티를 지향하는 데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인식의 영향도 있는 듯 했다. 다른 지역으로 거주 수요가 이동하는 것은 자칫 그 곳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도심에서 약간 벗어나 녹지로 둘러싸인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거주자들 입장에서도 뮌헨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데브리스 교수는 "대신에 도심내 공원이나 그 인근지역, 지하철역 주변과 군사지역 등 개발이 제한됐던 곳의 규제를 풀어 주거지역으로 바꾸는 등 미개발 토지를 더 유용하게 쓰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뮌헨의 장점인 교통망(뮌헨에선 1시간이면 웬만한 곳에 충분히 닿을 수 있다고 설명)을 활용하기 위해 주변 소도시들과도 주거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시는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도심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에 나서고 있다.(사진: 배민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지역을 개발할 때는 공공을 위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소본(SOBON)'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개발로 이익을 얻는 주체가 공공 공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에서 출발했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개발 과정에서 건물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 비율)을 늘려야 하고, 이렇게 되면 인구 증가에 따른 기반시설 증대가 필요하다. 이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면 재정적 어려움이 커지는 까닭에 용적률 증가로 개발이익이 늘어나는 개발자가 공공 공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 도입 취지다. 이 정책은 199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발 시 용적률 상향으로 인해 상승한 토지비용(개발이익) 중 3분의2는 공공시설을 위해 사용된다. 이 재원은 공공시설 확충과 공공주택 등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데도 사용된다.
데브리스 교수는 "건설 허가 시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을 지을 경우 우선권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개발이익도 일부 환수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