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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우린 감정으로 하나"…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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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저서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우리는 '동물'이다. 나는 우리 종이 다른 포유류와 감정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여행자들과 공유한 감정적 배경에 큰 관심을 갖자."

세계적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학 심리학과 석좌교수가 신간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원제 Mama's Last Hug)의 프롤로그에서 결론처럼 역설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드 발 교수는 40년 동안 동물 연구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전작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 동물의 지능을 깊이 탐구했다면, 이번 후속서는 진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물의 감정과 몸짓언어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다뤘다. 저자는 자신과 함께 살아온 침팬지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 세계의 이야기로 사랑, 미움, 두려움, 수치심, 죄책감, 기쁨, 혐오, 공감 등의 감정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책의 시작은 암컷들의 우두머리로 군림한 59살의 침팬지 마마가 죽음을 앞두고 40년지기 인간 친구 얀 판 호프와 극적으로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생애 마지막 갈림길에 선 마마는 친구의 목을 감싸 안고 토닥이며 얼굴 가득한 미소로 작별 인사를 건넨다. 비디오로 녹화된 이 포옹 장면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널리 전해지면서 큰 감동을 안겼다.

저자는 인간과 모든 동물이 진화적으로 공통된 몸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연결돼 있다고 본다. 다른 동물들에게 없는 인간만의 기관이라는 것은 없으며, 이는 감정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연합뉴스

싸움에서 진 친구를 따뜻이 포옹하며 위로해주는 보노보



이 책은 감정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인간과 동물 행동의 유사성과 연속성에 대해 들려준다. 그리고 몸이 정신보다 열등하다는 기존의 과학적 편견을 비판한다. 동물의 감정이 인간의 어떤 감정보다 더 섬세하고 사회적이며, 그 진화의 역사 또한 인간보다 깊단다.

인간 등 영장류로부터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오랜 세월 동안 생존해온 데는 혼자가 아닌 협력의 힘이 있었다. 이들 생명체는 개인행동이 아닌 집단행동을 통해 자신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그 핵심에는 바로 감정이 있었다. 이 감정은 우리를 진보시켰을 뿐 아니라 난처한 상황에서 적절한 결정을 하도록 도왔다.

저자는 침팬지, 개, 고양이, 조류, 말, 설치류, 물고기뿐 아니라 심지어 갑각류와 식물에 이르는 모든 생물을 직접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를 통해 동물에게도 웃음, 미소, 얼굴 표정, 감정 표현, 공감과 동정, 혐오감, 죄책감, 수치심이 있음을 세세히 알려준다.

이 가운데 특히 인간과 보노보, 침팬지는 같은 호미니드(Hominid·사람과)로서 600만년이라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며 동등하게 진화해왔다. 유인원이 우리 인간에게 타임머신이라면, 우리 역시 유인원에게 타임머신인 것이다.

가장 흔한 공감 표현인 포옹을 예로 들어보자. 방금 전에 싸움에서 진 보노보 친구를 따뜻이 안아주는 보노보의 모습은 가장 흔한 공감 표현인 위로를 잘 말해준다. 싸움 뒤 화해하거나 오래 떨어졌다가 다시 만난 침팬지들이 진한 키스로 반가움을 표기하는 모습 역시 감동적이다. 심지어 쥐도 몸을 살살 간지럽혀주면 기쁨의 표정을 환하게 짓는다.

저자는 "동물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것을 멈추고, 인간만이 감정이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라"고 거듭 촉구한다. 나아가 동물과 공존하자고 권유한다. 넓게 보면 인간과 동물은 이 지구상에서 현재라는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자 동료이기 때문이다.

세종서적. 이충호 옮김. 468쪽. 1만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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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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