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저술가 원종우씨는 이렇게 언급했다.
“매우 끌리는 도서. 다 없고 다 아니라고 함. 지구 평면설 따위.”
오상욱씨가 자비로 출판한 책 <희대의사기극 우주는 없다>/파랑새 미디어 |
책 <희대의 사기극 우주는 없다>의 저자 서문 끝에는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자제하기를 권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보셔야 하겠다면 미리 심장약을 복용하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 도대체 왜?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천체·물리법칙은 다 사기다. 중력 따윈 없고, 지구나 천체는 자전하거나 공전하지도 않는다.
인공위성? 실제로 발사된 적 없다. 50년 전 달 착륙 이전부터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은 천문학적 돈을 뒤로 빼돌리기 위한 위장쇼였다. 그 쇼는 마침내 한반도에도 상륙, 2009년부터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도 되풀이되는 중이다.
우주에서 찍은 사진은 다 컴퓨터그래픽이며, 화성 사진이나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도 다 조작한 가짜다.
한마디로, 우주는 없다.
그렇다면 이 음모를 꾸민 세력은 도대체 누굴까. 책에 따르면 랩틸리언, 도마뱀 인간들이다.
인간은 이들에 의해 사육되어 왔고, 이 책 발간으로 말미암아 진실이 폭로되면서 지구최후의 성전, 아마겟돈이 시작될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710쪽에 걸친 책에서 내놓은 진지한 주장이다.
7월 초 책은 주요 인터넷서점 과학분야 판매순위에서 반짝 10위권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화제를 모은 또 다른 이유는 놀랍게 싼 값이다. 5000원. 책을 보면 누구나 부담 없이 진실을 접하기 위해 저자가 개인비용을 들여 책정한 값이며, 만약 책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면 착불택배로 보내달라고 자신의 주소를 병기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든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 만큼 적어놓은 계좌번호로 입금 바란다는 부탁을 하고 있다.
“6월 18일 처음 발매했는데, 실제 서점에 나가보면 가장 낮은 칸에 제 책이 꽂혀 있습니다. 일반 대중은 접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것이죠.” 저자 오상욱씨의 주장이다. 피드백이나 반품은 아직 없다. 개설한 카카오톡 계좌로 들어온 책값은 7월 25일 현재 20만 5천원. 오프라인으로 3만원을 들고 온 경우가 딱 한번 있었다.
다른 건 차지하고 그러니까 이 모든 조작이 랩틸리언 지배를 은폐하기 위한 것? 문득 저자 나이가 궁금했다. 1971년생, 우리 나이로 49살이란다. 저 이야기는 1980년대 TV 방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 <브이(V)> 내용 아닌가.
“재미있게 봤었죠. 사실입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세요. 수많은 증거영상들이 나옵니다.”
책 제목 앞엔 1권이라고 적혀 있는데? 2권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은 1800년대까지 북미대륙에 있었다는 방대한 증거를 수집해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라고 한다. 건투를 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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