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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행정처 前심의관 "靑 설득전략 문건, 양승태에 보고됐다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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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선제적' 등 과장된 표현 즐겨…문건에 담기 원해"

"심의관들, 부적절하다 느낄 땐 보고 늦추는 등 '뭉개기' 대응"

연합뉴스

재판 출석하는 양승태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2019.7.26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작성한 문건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법관이 증언했다.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현 통영지원 부장판사)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속행 공판에서 이런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2015년 7월 20∼28일 사이 여러 차례 수정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문건과 관련해 "임종헌 당시 기조실장으로부터 '이를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고 증언했다.

그는 8월 초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에 작성된 만큼 시기나 배경 등을 고려하면 이 보고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후로도 별도로 대법원장이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에게 제시할 만한 짧은 보고서를 작성해보라는 지시도 받았기 때문에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시 전 심의관은 자신이 근무하던 시절 작성한 각종 보고서에 때로 과도한 표현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임종헌 전 차장의 '캐릭터'에 기인한 것으로, 실제로 위법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의 국정 운영 협력 사례를 나열한 문건을 두고는 "법원에 대한 청와대·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 만든 것이지, 재판개입이 있었다는 사례로 해석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재상고심의 방향을 검토한 문건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경우까지 상정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문건을 만들면서 재판개입 우려를 전혀 생각해본 적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문건 작성을 지시한 사람(임종헌 전 차장)이 대응방안으로 심의관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넣길 원했다"면서 "그래서 심의관들은 저 방안 중 정말 실행될 수 있는 게 몇 개나 될지 굉장히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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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시 전 심의관은 임 전 차장이 '선제적, 공격적, 정무적, 전략적' 등 과장된 표현을 좋아했기 때문에 보고서에도 과격한 표현이 종종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될 가능성에)의문을 제기하더라도, 임 전 차장은 문제가 없다며 자신이 원하던 표현이 담기기를 원하셨다"고도 말했다.

이런 임 전 차장의 성격 탓에, 함께 일한 대부분 심의관은 지시를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대신에 "부적절해 보이거나 지시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겠을 때 대응 방법은 보고 시기를 늦추는 것 등이 있다"며 "그러다 보면 작성을 지시한 사실을 잊어버려 넘어가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를 두고 시 전 심의관은 '뭉갠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시 전 심의관은 임 전 차장이 판사들의 인터넷 카페 활동을 위축시킬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에는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처음 지시받을 때도 마땅한 방안이 없는 데다 적절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나름의 생각을 적기는 했으나 보고하지도 않고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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