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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정치 인사이드] 6조 추경 놓고 3개월째 싸우는 與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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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총선용’ 반발 뒤 청문회, 국정조사 등 조건 달아

민주당, 미세먼지·산불·日경제보복 대응 예산 잇달아 증액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우리 경제에) 가장 시급하게 적용돼야 할 부분이 추경(추가경정예산)"이라며 "추경이 집행되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추경이 해결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야당의) 건강한 비판을 넘어 정쟁의 악순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로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90일째를 맞았다. 정부는 지난 4월 25일 6조7000억원짜리 추경안을 국회로 보냈었다. 지금의 여야(與野) 대치 상황을 볼 때 김대중 정부 시절(2000년) 추경안 처리에 장장 107일이 걸린 기록을 깰 판이다. 22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 일정 합의에 실패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추경안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예산 469조6000억원의 1.4% 규모에 불과하고 경기부양 효과도 의문인 추경안 때문에 여야가 석 달째 무의미한 장기전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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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국정을 담당한 정부·여당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예산안이 시행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인 3월 7일 미세 먼지 사태를 이유로 추경 카드를 꺼냈다. 이후 추경에 잡다한 예산을 계속 포함시키며 '누더기 추경'을 만들었다.

지난 3월 20일, 2017년 경북 포항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정부 조사단 발표가 나오자 포항 지역 지원도 추경 구실로 삼았다. 경제지표 악화가 계속되자 같은 달 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 통영·고성·창원 등에 대한 4·3 보궐선거가 다가오자 홍영표 당시 원내대표는 "통영·고성·창원 등 9개 고용·산업위기지역에 대한 예산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4월 4일 강원도에서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자 산불 피해 지역 지원도 추경 이유에 포함됐다. 이달 1일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정부와 여당은 추경안에 '일본 경제 보복 대응 예산'까지 끼워넣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일본 경제 보복 대응 명목으로 2730억원의 추경 증액을 비공식 요청했다.

초기에 자유한국당은 추경안에 대해 "재난 대응을 이유로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총선용'"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 사태'가 벌어진 뒤에는 국회 정상화와 추경안 처리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철회와 민주당의 사과,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失政) 청문회 등을 요구 사항으로 내밀었다. 여당을 압박할 별다른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추경 처리를 '무기'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안마다 추경 카드를 지렛대로 활용하려 했다.

최근에는 한국당이 북한 목선 귀순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등을 추경안 처리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는 동안 정부·여당은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원인을 야당의 추경안 처리 비협조에 돌렸다.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추경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권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추경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실정(失政)의 책임을 피해가고 있는데도 한국당 등이 굳이 추경 저지에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대 안동현 교수는 "정치적 문제로 추경에 접근하는 것은 여야가 똑같지만 중요한 것은 추경의 규모와 용도"라며 "야당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를 해주고 대신 추경 용도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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