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수 Books팀장 |
"꿀 빨아먹고 헬조선 만든 세대, (후배들이 올라올) 사다리 걷어찬 세대, 무능한 꼰대 집단…."
신간 '386세대 유감'(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읽었습니다. '386세대'란 1980년대 대학생이었던 1960년대생을 말합니다. 앞자리 '3'은 처음 이 세대가 조명받았을 때인 1990년대 이들이 30대였기에 붙었습니다. '486' '586'을 거쳐 요즘은 그냥 '86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자는 CBS 기자 김정훈(41), 서울대 대학원생 심나리(38), 정치인 보좌관 김항기(32)씨. 386세대는 "민주화운동 경력을 훈장 삼아 권력을 쟁취하고 권력의 네트워크를 사회 전 분야로 확장해 개인의 이익을 최대화한 세대"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칼날은 현 정권만이 아니라 386 세대 전체를 겨누고 있습니다. 386세대는 매년 높은 연봉 인상으로 시드머니를 손에 쥐었고, 청약통장을 가지고 부동산 안정기에 아파트를 매입했으며,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누린 '로또 세대'라는 겁니다.
억울한 분 계시겠지요. 저도 1986년 대학에 들어갔으니 '386세대'입니다. 저를 한때 '의식화'했던 선배가 둘 있었습니다. A선배는 훗날 민주화운동을 경력 삼아 권력을 쟁취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들어가 이후 국회의원을 두 차례 지냈고, 현 정부 출범 후 다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습니다. B선배는 노동운동을 계속했지만 권력을 좇지는 않았습니다. 순박한 B선배는 고향 마을에서 지금도 순박하게 살고 있습니다.
386세대이자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은 이 책 '해제'에서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라며 "이 책의 의미는 지금까지 보수의 시각에서 나왔던 386 비난과는 달리, 진보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이라고 썼습니다. 과거 운동권 중 현재 권력 'NL(민족해방) 계열'을 겨냥한 'PD(민중민주) 계열'의 공격이란 뜻인가요? 앞 세대의 무능과 불합리를 비판하는 건강한 젊은 세대의 도전이라는 뜻인가요?
저자들은 "386세대는 전무후무한 힘과 규모를 가진 세대"라면서 "60대, 70대에도 한국 사회의 중추적 목소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럴까 봐 저도 걱정입니다. 다만 '권력 386'과는 다르게 B선배처럼 평범하게 사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한수 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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