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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서양 근대 미학의 시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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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학
알렉산더 고틀리프 바움가르텐 지음, 김동훈 옮김/마티·2만8000원

숭고와 아름다움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에드먼드 버크 지음, 김동훈 옮김/마티·1만8000원

취미의 기준에 대하여/비극에 대하여 외
데이비드 흄 지음, 김동훈 옮김/마티·1만8000원

서양 근대 미학의 태동기에 출간된 가장 중요한 원전으로 꼽히는 알렉산더 고틀리프 바움가르텐(1714~1762)의 <미학>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됐다. 마티 출판사에서 낸 ‘미학 원전 시리즈’ 첫 권으로 나온 <미학>은 서양철학 연구자인 김동훈이 라틴어 원전에서 ‘일반론’ 부분을 발췌해 번역한 판본이다. 전체 904절에 달하는 <미학>은 그 분량이 방대하고 라틴어로 쓰여 있어 아직 영어로도 완역되지 않았을 정도로 번역이 쉽지 않은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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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독일 철학자 바움가르텐은 ‘미학’(aesthetica scientia)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합리론의 대표적 철학자인 라이프니츠와 그의 제자 크리스티안 볼프의 사상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그는 미학의 방법론으로 특수한 것에서 보편적인 것을 추론하는 귀납적 방법론을 거부했다. 하지만 감각에 기반을 두는 인식에 관한 학문인 미학을 다루는 데 있어 그는 라이프니츠-볼프와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아름다움의 평가 규칙 또는 기준으로 풍요로움, 크기, 진리, 명석함, 확실성, 생명력 등을 제시하며, 이에 관한 방법론으로 ‘발견술’을 주장한다. 이는 감상자가 스스로 아름다움의 기준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바움가르텐이 미학에 관한 한 경험적이거나 주관적인 판단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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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르텐이 쓴 ‘미학’을 감성적 능력 일반에 관한 학문을 말하는 ‘감성학’으로 이해할지 아니면 예술에 관한 철학적 성찰인 ‘미학’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칸트는 바움가르텐의 <미학> 출간 30년 뒤에 발표한 <순수이성비판>에서 이 용어를 전적으로 감성학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바움가르텐 자신이 미학이란 용어를 애초부터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아서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움가르텐은 <미학>의 첫 구절에서 “미학(자유인의 기술들에 관한 이론, 낮은 단계의 인식에 관한 학문, 아름답게 사유하는 기술, 유비적 이성의 기술)은 감성적 인식에 관한 학문이다”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자유인의 기술들에 관한 이론”, “아름답게 사유하는 기술”은 미학적 요소가, “낮은 단계의 인식에 관한 학문”, “유비적 이성의 기술”은 감성학적 요소가 전면에 드러나 있는 항목이다. 하지만 책 전체의 내용은 거의 전부가 아름답게 사유하고 창작하는 행위와 관련되어 있기에 번역자는 책의 제목을 ‘감성학/미학’이 아닌 ‘미학’으로 옮겼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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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르텐의 <미학>과 함께 ‘미학 원전 시리즈’ 1차분으로 에드먼드 버크의 <숭고와 아름다움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데이비드 흄의 <취미의 기준에 대하여/비극에 대하여 외>가 함께 발간됐다. 버크의 저작은 아름다움으로부터 숭고를 구별해내고 각각의 기원을 분석해 내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도 큰 영향을 미친 고전으로, 2006년 번역의 개정판이다. 흄은 아름다움이 대상의 객관적 속성이라는 전통적 견해를 뒤집고 ‘즐거움을 자아내는 능력’이라고 말해서 학계에 충격을 주었는데 <취미의 기준에 대하여/비극에 대하여 외>는 이런 그의 미학적 견해를 밝힌 여러 논문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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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원전 시리즈는 서양 미학 태동기의 원전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영국, 프랑스, 독일의 미학 저술들을 출간할 예정이다. 샤를 바퇴의 <하나의 원리로 환원되는 예술 장르들>, 조지프 애디슨의 <상상력의 즐거움>, 프랜시스 허치슨의 <아름다움과 덕에 대한 우리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탐구>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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