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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한국의 무기이야기] 〈27〉 공군 유도무기 ⑤ 공대공 미사일 ‘AIM-120 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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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떨어진 적 전투기 포착·격추” / 유도 방식 다양… 명중률 높아 공포의 대상 / 적 반격 피하기 용이… 조종사 생존율 높여

세계일보

‘멀리 떨어져 있는 적 항공기를 먼저 포착해 파괴한다.’

1950년대 공대공 미사일이 처음 등장한 이후 적기가 아군 항공기에 가까이 접근해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은 세계 각국 공군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사이드와인더를 비롯해 사거리가 수㎞에 불과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로는 이 같은 고민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소련 등 군사강국들은 수십㎞ 떨어진 곳에 있는 적기를 격추할 수 있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등장한 무기가 미국제 AIM-120 암람(AMRAAM)이다.

AIM-120 암람 미사일은 베트남전쟁 당시 미 공군이 얻은 교훈에서 탄생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 공군은 F-4 전투기에 AIM-7 스패로(Sparrow)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여 실전에 사용했다. 레이더를 목표물에 조준해 반사되는 전자파를 추적하며 날아가는 AIM-7 스패로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길어 미 공군의 기대를 받았으나, 불발되는 미사일이 많았다. AIM-7 스패로 미사일의 성능에 불만을 느낀 미 공군은 1976년 차세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에 착수해 1991년 AIM-120 암람 미사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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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120 암람 미사일의 가장 큰 특징은 유도방식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발사 초기에는 전투기의 레이더 지령을 받지만, 비행 단계에서는 관성유도 방식으로 적기에 접근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미사일에 내장된 자체 레이더로 적기를 추적해 요격한다. 덕분에 아군 전투기는 미사일을 발사한 뒤 적기의 반격을 피해 신속하게 전장을 이탈할 수 있어 조종사 생존율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AIM-120 암람 미사일은 A형부터 C-4형 초반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개량을 거듭했다. 사거리는 50∼65㎞ 수준으로 큰 변화는 없었으나 탄두와 탐지 및 전자장비, 대(對)전자전 능력 등 미사일의 비행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C-5형부터는 소프트웨어와 연비를 개선해 사거리가 100㎞를 넘어설 정도로 연장됐다. 최신형인 C-7형은 전파 방해에 대항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전자기파(EMP) 공격에 맞설 수 있도록 전자적 보호 기술이 적용됐다. 사거리도 120㎞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 공대공 전투 능력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공군 F-22와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F-15, F-16은 물론 미 해군과 해병대의 F/A-18 전투기에서도 운용 중이며, 미국제 전투기를 구매한 서방 국가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한국 공군은 1990년대 미국에서 KF-16 전투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AIM-120 암람 미사일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2000년대 F-15K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보유 수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국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개발기간이 오래 걸려 공군은 F-35A가 실전배치된 이후에도 당분간 이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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