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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황금알 못 낳는 차량공유… '미운 오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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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우버 등 줄줄이 요금인상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11일부터 베이징에서 출퇴근 시간대 차량 이용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누적 적자만 6조원대에 달하자, 디디추싱이 택시보다 값싼 서비스라는 본래의 강점을 포기하고 수익을 우선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디디추싱은 택시 고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과 심야 시간대 기본요금을 13위안(약 2200원)에서 14위안(약 2400원)으로 인상했다. 이 시간대 거리당 추가 요금도 1㎞당 1.6위안에서 1.8~2.15위안으로 올렸다. 최대 34.3% 인상이다. 예컨대 오후 8시 이후에 디디추싱의 차량 공유 서비스로 10㎞를 이동할 경우 예전에는 24위안이었던 가격이 29위안으로 약 21% 비싸지는 것이다.

이런 차량 공유 업체의 가격 인상은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 우버리프트, 동남아시아의 그랩은 물론이고 국내 타다와 같은 유사 택시 서비스까지 연이어 요금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막대한 적자의 무게를 더는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차량 공유 업체들은 천문학적인 투자 유치 자금을 바탕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이용자 규모를 늘리는 이른바 '아마존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적자 허덕이는 차량 공유 산업

공유경제는 본래 사용하지 않는 유휴(遊休) 자원을 다수의 사람과 공유하는 만큼 값싸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장점이다. 예컨대 집에 주차된 자동차를 활용해 택시와 같은 유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 감가상각비가 필요 없는 만큼 택시보다 저렴한 구조다. 하지만 현실에선 차량 공유 업체의 요금 인상이라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미국 우버는 9일(현지 시각) 미국 내 40여 도시에서 운전기사가 말을 걸지 않는 '컴포트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조용한 기사와 연식 5년 이하인 넓은 차량을 배차해주는 서비스다. 가격은 우버의 기본 서비스인 '우버X'보다 최대 40% 비싸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시내까지 10여㎞ 이동할 때 우버X는 24달러인 반면에 우버 컴포트는 32달러 정도가 나온다. 동남아시아에서 차량 공유 시장 점유율 1위인 그랩도 작년에 지역별로 10~15% 정도 요금을 인상했다.

VCNC가 운영하는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로 탑승하는 대신, 택시 요금보다 10~20% 정도 비싸다. 또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자동으로 타다의 기본 가격에서 최대 50%까지 추가로 요금을 올리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할증 요금 시간대는 따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달에는 모범택시를 활용한 '타다 프리미엄'을 내놓기도 했다.

요금 인상의 배경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다. 미국 우버는 작년 30억달러(약 3조56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올해도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그랩도 누적 적자에 허덕인다. 당초 우버나 디디추싱은 각국의 차량 공유 시장을 장악해 고객 수가 충분히 늘어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문제는 1위 사업자가 됐는데도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이 줄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디디추싱은 작년에 드라이버 보상금·할인 프로모션에만 17억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신규 차량 공유 업체가 계속 등장하면서 이들을 견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 상황은 더 어려워

국내 승차 공유 업체는 상황이 더 나쁘다. 해외 차량 공유 업체는 운행 차량을 직접 준비할 필요가 없고, 기사에 대한 인건비도 지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승합차 공유 업체들은 대부분 1000대 안팎의 승합차를 직접 구매해야 한다. 여기에 타다는 기사에게 시간당 1만원씩 시급을 주고 있다. 타다는 현재 차량 1000대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는데, 단순 계산만 해도 하루 인건비가 2억4000만원 정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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