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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항의쇄도에 '호화 변호' 무산···국선변호인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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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생명공학 전공자까지…‘호화변호’ 무산

“XX 쓰레기”…두 얼굴 고유정의 ‘분노’

공소장 곳곳에 고유정 폭언·폭행 민낯

현남편 “태연한 이중성, 그게 무섭다”

제주경찰, “부실수사 개선안 내놓겠다”



변호인단 전원 사임…고유정 선택 ‘촉각’

중앙일보

고유정의 과거와 현재 얼굴. 맨왼쪽 사진은 JTBC가 공개한 고유정의 과거사진. 가운데 사진은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고유정의 대학교 졸업사진. [JTBC 방송 캡처] [독자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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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선임한 호화 변호인단이 일괄 사임하면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유정 측 변호인단은 “사건 관련 변호인단에 대한 보도가 나간 후 어려움이 많다”며 사임할 뜻을 밝혔다. 이들은 “같은 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사건과 관련 없는 동료 변호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우편을 통해 제주지법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앞서 고유정은 형사소송법 논문을 다수 작성한 판사 출신과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살인 혐의 외에도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만큼 전문적인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흉폭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법정공방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에는 언론보도 후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법무법인의 경우 변호인의 이름과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변호인단이 일괄 사임하면서 고유정은 국선변호인의 변론을 통해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피고인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법원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도록 돼 있다. 고유정이 국선변호인을 원치 않으면 재판 중에도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나 현재로선 새로운 변호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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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의 과거 모습이 담긴 사진이 추가 공개됐다.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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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집안. 변호사 써서 가석방 무섭다”

앞서 숨진 전남편 강모(36)씨의 동생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유정은 돈 많은 재력가 집안이어서 좋은 변호사를 써서 몇십년 살다 형기 3분의 1만 채우고 가석방될까 봐 무섭다”고 말한 바 있다. 고유정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5일 오전 10시30분이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 한 펜션에서 아들을 만나러 온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유정의 의붓아들 죽음 놓고 갈등 빚고 있는 현남편 A씨(37)와의 결혼 생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A씨는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한 후 ‘이제는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어. 앞으로 다 잘 될거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전남편을 살해하고 제주도를 빠져나가면서 자신이 부부 사이의 문제를 해결한 듯이 얘기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고유정이 제주에 도착해 범행도구 구입하면서도 ‘도착하자마자 씻고 주차하고 장본 거 정리하느라 연락이 늦었다’며 아무렇지 않게 연락했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제가 무서운 건 잔혹함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태연한 이중성, 계획, 그걸 실행에 옮기는 거 저는 그게 무섭다”고 했다.

아울러 A씨는 자신이 전남편 강씨의 ‘아바타’였다는 주장도 했다. A씨는 “고유정이 전남편에게 한 행동과 나에게 한 행동이 똑같다”며 “전남편이 박사과정 중이지 않았냐. 고유정이 소방관인 제게 로스쿨을 가라고 종용해 로스쿨 준비도 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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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범행 후 "이제 행복해질 수 있어"며 현남편에게 문자 내용.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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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사진 바꾸자 '날 능멸한 거야' 비난

A씨는 또 고유정이 자신과의 사이에서 가진 아이를 유산한 뒤 극도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인 점도 강조했다. A씨는 “고유정이 아이를 유산한 뒤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갔는데, 제 카카오톡 프로필을 아들(5) 사진으로 해놨더니 전화해서 ‘내가 죽어버리겠다’며 날뛰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유정이 지난해 10월 18일 부부싸움 뒤 집을 나간 상황에서 ‘날 능멸한 거야’라는 비난의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자신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친아들 사진을 올리자 곧장 연락이 온 것이다. 고유정은 당시 ‘카톡 프로필 바꾸는 건 착착 손에 잡히디?’ ‘다른 새끼들은 당신한테 뭐가 되냐’ ‘보란듯이 내 새끼는 이 애다 그리도 티 낼 필요 없다’ 등의 내용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이 부부생활을 하면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2016년 11월 제기된 전남편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고유정은 2017년 이혼조정 기간 강씨에 대해 “XX놈” “XX쓰레기” “저 XX는 진짜 내 인생의 XX” “저런 XX집안하고는 다신 엮이지 않도록 XX싶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2013년 6월 결혼한 두 사람은 2016년 11월부터 이혼소송에 들어가 7개월여 만인 이듬해 6월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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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사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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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도 못재우냐…흉기 자해소동

아울러 숨진 강씨 가족과 변호인에 따르면 고유정은 2015년 12월 어느날 저녁 자정이 넘어 들어와서는 ‘아기도 제대로 재우지 못하냐’며 폭언을 한 뒤 강씨의 얼굴과 몸을 손과 발로 수십 차례 때렸다. 또 “당시 고유정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죽어버리겠다’면서 자신의 머리를 벽에 수차례 부딪치며 자해하고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와 위협했다”며 “강씨가 놀라 말리자 흉기를 쥐고는 ‘나를 죽여라’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이 같은 강씨 측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듣고자 했지만 고유정 측은 답변을 피했다. 고유정 변호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병구 신임 제주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고유정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 논란은 본청 진상조사팀의 조사 결과에 따라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장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초동수사나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일부 소홀한 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수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제주경찰은 사건 발생 40일이 넘도록 시신을 찾지 못하면서 “초동수사가 미흡해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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