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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패스트트랙 딜레마에 빠진 與, 정개ㆍ사개특위 위원장 선택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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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3당 요구대로 정개특위 맡아야 공수처 법안 협조 받을 수 있어

일정대로 처리 시 최악의 경우 총선 보름 전 선거 룰 확정될 수도
한국일보

이해찬(앞줄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앞줄 왼쪽)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창일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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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치개혁ㆍ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선택 문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해진 일정대로 무리하지 않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를 진행한다면, 최악의 경우 총선을 보름 앞두고 선거법을 바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대로 선거 룰을 일찍 확정하기 위해 여야 4당 공조를 강화할 경우,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제2의 패스트트랙 사태’가 벌어져 물리적 충돌에 따른 ‘동물국회’가 재현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 전 사법개혁 성과를 내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최우선 목표로 전략을 짜야 한다. 다만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합의대로라면 선거법을 처리해야 공수처 법안도 처리될 수 있다. 공수처 법안 처리에는 야 3당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선거법을 바라는 야 3당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개특위를 맡아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으면서도 한국당의 반발은 최소화시키는 전략을 구상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위원장 선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애초 예상과 달리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개특위를 맡아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우세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인 공수처 설치를 위해 사개특위를 가져와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주말까지 여론을 지켜본 뒤 다음주 초 의총을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향후 패스트트랙 일정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되면 국회법상 소관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 계류된다. 이후 법제사법위로 넘어가고, 90일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법안은 본회의에 자동 회부된다. 회부된 지 60일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상정 돼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양 특위 활동 시한은 8월 말로, 이 기간내 결론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계류 기간을 채우기 위해 선거법과 공수처ㆍ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은 각각 행정안전위와 법사위에 넘어간다.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으로 확정된 세 법안은 10월 말까지 소관 상임위에 남아있게 된다.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결론을 내지 못해 계류 기간을 모두 채운다고 가정하면 패스트트랙 법안은 내년 3월 29일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총선(4월 15일)을 보름 남기고 선거제도가 바뀌게 되고, 바뀐 선거법에 따라 선거구를 다시 정해야 한다. 일각에선 2주 만에 총선 준비를 끝내는 게 불가능한 만큼 ‘총선 연기’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때문에 한국당을 뺀 야 3당은 민주당이 정개특위를 맡아 선거법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정개특위를 맡으면 특위 활동 시한 안에 선거법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공조로 법사위ㆍ본회의 계류 기간을 단축시키면 늦어도 연말 안에는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반발로 폭력국회를 불러 온 패스트트랙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입장에선 ‘선거 룰을 제1야당과 합의하지 않았다’는 여론이 총선을 앞두고 확산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선거제도는 여야 합의로 만들어야 하는 게 정치권의 암묵적인 룰”이라며 “한국당을 논의 테이블에 마주 앉게 하면서도 다른 야당들을 설득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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