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학부 수업' 일시 정지했지만 '대학원 수업' 등 그대로 진행
서울대 학생들 "큰 충격 받아. 있어서는 안되는 일"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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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동물 학대와 조카 등 가족의 대학원 입학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에 대해 학교 차원의 징계도 미뤄지자 "이대로 묻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이 교수의 거취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전날 학기 수업이 종강하면서다.
수의과대학 측은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일단 이 교수의 학부 수업만을 '일시 정지'해둔 상태다. 1학기에 두 파트씩, 모두 네 파트로 구성돼 본과 3학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수의산과학 학부 수업은 현재 진도 순서를 바꿔 같은 전공의 또 다른 교수가 맡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교수의 대학원 수업과 논문 지도는 그대로 진행되며 공식적으로 직위도 유지된다.
서울대 직원인사규정은 '서울대 직원은 형의 선고나 징계처분 등의 사유가 있어야 의사에 반해 휴직이나 면직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서울대가 준용하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수업 배제 등을 포함하는 교원의 직위 해제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사람 등에 한해 처분될 수 있다.
당국의 수사도, 학교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도 결론이 안 난 만큼 단과대학 차원의 임시 조치와는 별개로 본부가 특정한 처분을 내릴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학교는 2학기 학부 수업 복귀 등 이 교수의 거취에 대해 공식적으로 '미정'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학생들은 조심스레 이 교수의 '복귀'를 예상하고 잇었다.
수의과대학 재학생 A(23)씨는 "수업에 들어오신 교수님이 오는 2학기에는 이 교수가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고, 학년 대표로부터도 이 교수의 수업 진도가 2학기로 미뤄진다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이래서는 안 된다"며 문제의식을 보이고 있다.
재학생 B(21)씨는 "그런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기자들이 학교로 찾아와 취재를 하는 와중에도 학교에서는 '신경 쓰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 '이런 일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C(21)씨는 "수의사는 동물 윤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직업인 만큼,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교수님들 가운데서도 '우리가 수의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인데 이런 일이 있어서야 되겠냐'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모(23)씨는 "제 주변에서는 실험동물 학대 논란보다는 가족의 대학원 입학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 더 많은 비판이 있었다"며 "물론 진짜 실력으로 입학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게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마랬다.
학생 입장에서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기 어렵게 하는 폐쇄적 분위기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수의과대학이나 전공이 있는 대학교가 전국에 7개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학습 방식도 도제식"이라며 "학생 수도 많지 않고 필드도 좁다 보니 학대니, 입학이니 하는 논란에 대놓고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C씨의 설명이다.
또 다른 재학생 D(21)씨는 "일부 교수님들은 이 교수가 연구 욕심이 있어서 그런 건데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교수들한테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B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학교가 어떤 공식적인 입장 없이 임시조치로만 대처했다는 데 많은 회의감이 들었다"며 "동물 학대는 수의대의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일이고, 저를 비롯한 학생들에게도 정서적으로 큰 충격을 줬던 일인데, 지금까지도 이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던 과목의 진도가 바뀐 당사자 학생들에게도 공문이나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며 "언론 보도를 보는 것 말고는 학부생으로서 설명을 들은 것도 없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한 학생은 과거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던 '수의과대학 H 교수 사건'에 빗대기도 했다.
"지난해 '미투' 논란이 일었던 'H 교수' 역시 올해는 수업에 복귀했었다"며 "이 교수 역시 결국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라는 게 E(21)씨의 말이다.
이번 사태가 이 교수 개인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었다.
"학문적 성취나 인성은 별개라고 생각한다"는 F(22)씨나 "문제가 될 일이었으면 애초에 구조적으로 허가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김모(23)씨의 의견이 그랬다.
김씨는 "해당 전공의 대학원은 지원자 수가 적어 그냥 모두 뽑힌 거라고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화두에 올라야 하나 싶다"며 "문제 제출에 개입해 이득을 줬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이 지나치게 해석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 같은 논란으로 동물보호단체와 서울대 측의 수사 의뢰를 받고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10일과 20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21일엔 이 교수 연구실과 서울대 본부 내 연구윤리팀을 압수수색해 연구 기록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현재로서는 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 안에 수사를 종결할 수 있을지 확언할 수 없다"면서도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실 여부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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