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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홍문종 탈당’ 날갯짓은 내년 총선 결과를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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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대구·경북 중심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려

황교안 체제 첫 탈당 나비효과에 관심 쏠려

홍 “40~50명 동조…정통 지지층 결집”

한국당 “기초의원 1명도 안 따라갈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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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황교안 대표 체제 100일을 갓 넘긴 자유한국당에선 지난 17일 처음으로 탈당계를 제출한 의원이 나왔습니다. 경기 의정부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진박’ 홍문종 의원입니다. 홍 의원은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당내 비박(근혜)계 의원들과 날을 세워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백서’를 만들어 당내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가, 계파색을 줄여보려던 원내지도부와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인적 쇄신’ 명단에 들었습니다. 지역구를 관할하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40살 ‘청년 변호사’에게 뺏긴 겁니다.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기에, 그의 탈당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다수 의견입니다. 그는 탈당을 기정사실로 했던 지난 13일 <불교방송>(BBS)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많은 분과 지금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결국 의원들이 10월에서 12월이 되면 제가 생각하기에 많으면 40~50명까지 동조하리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제가 아주 가까운 의원들한테 그냥 당에 있는 게 좋겠다, 한국당에 있는 게 좋겠다, 한국당도 우리가 결국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한국당에서 지금 이런 바깥의 분위기 이런 것들을 수렴할 수 있는 그런 소통의 역할을 계속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그의 ‘탈당 40~50명 동조론’이 실현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홍 의원의 탈당이 총선을 단 300일 앞둔 지금 여의도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인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합니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한국당 위기론’도 끊이지 않습니다. 홍 의원은 탈당 후 조원진 의원과 함께 대한애국당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20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공화당(가칭)이라는 이름으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며 “많은 의원이 탈당, 신당 합류 등 여러 형태로 보수 우익 재편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수진영이 들썩입니다.

텃밭서 ‘3자 대결’ 경계하는 한국당

보수진영은 이미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 한국당, 대한애국당 등 세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우리공화당’은 이 ‘세 갈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한국당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엔 위기가 닥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우리공화당’의 진지가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지지기반인 이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구·경북 지역 보수 지지자들이 홍 의원을 따라 ‘우리공화당’으로 옮겨간다면 보수표가 분산돼 더불어민주당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진보-보수 양자 대결이 아닌, ‘3자 대결’ 구도로 짜일 것이란 얘깁니다. ‘보수 대통합’을 부르짖는 쪽에선 지난 4월 창원 성산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예로 듭니다. 당시 진순정 애국당 후보는 838표를 획득했고, 강기윤 한국당 후보는 504표가 부족해 정의당 여영국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한국당 내부에선 “애국당 표만 왔으면 우리가 이겼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21대 총선에서도 ‘보수표 분산 효과’로 민주당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그러나 대구·경북 현지 분위기는 이런 우려와 다르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홍 의원을 따라 당적을 바꿀 ‘기초의원 한 사람’ 찾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한 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한겨레>에 “대구 민심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가진 것은 맞는다”면서도 “표심은 다르다. 홍 의원이나 그 주변을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연쇄 탈당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박스권 갇힌 지지율…더 떨어지는 대구·경북

홍 의원의 탈당과 맞물려 한국당 내부에 대구·경북 위기론이 번지게 된 근거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한국당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의 지지세가 지난 한 달간 눈에 띄게 꺾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의 올해 한국당 지지율은 19%에서 25% 사이를 오갑니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전국 지지율보다도, 최근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에 더 눈길이 갑니다.

한 달 전인 5월 3주차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은 한국당이 43%로 더불어민주당(18%)을 크게 앞섭니다. 그런데 이후 한국당 지지율은 줄곧 ‘수직 추락’하고 있습니다. 5월 4주차 42%, 5월 5주차 39%, 6월 1주차 36%로 매주 각각 3%포인트씩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4일 발표한 6월 2주차 대구·경북 지역의 한국당 지지율은 33%입니다. 다시 전주보다 3%포인트 빠진 셈입니다. 이 지역에서만 지난 한 달간 10%포인트가 떨어진 겁니다. 이 기간 동안 한국당은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에 반발하며 국회를 뛰쳐나갔습니다. 장외 투쟁에 사활을 걸었던 시기입니다. 한국갤럽은 잇단 세월호 유가족, 5·18 유공자 등을 향한 막말, 이완영 의원의 의원직 상실, 황 대표의 장외 투쟁 중 합장 거부 논란 등을 당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우리공화당’의 성패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달렸다? 보수 진영에선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에 대해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홍 의원의 탈당 배경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내년 총선에서 소수의 ‘열성 지지자’가 많은 우리공화당이 지역구 득표율 1위를 달성해 의석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홍 의원이 대신 비례의석을 비율대로 나눠주는 ‘정당 득표’에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든다면 국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지난 18일 홍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태극기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정통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명한 우파 정책으로 그들의 선택폭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보수 정권 창출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111명의 같은 당 동료 의원 중 그의 옆에 선 사람은 없었습니다. 홍 의원은 이후 기자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우리공화당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저는 반대”라면서도 “저희(보수진영) 나름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밀어붙였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말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당의 입장은 어떨까요. “탈당은 신중해야 한다”(김진태 의원)거나 “탈당과 창당선언은 보수우파를 공멸시키는 것”(김태흠 의원)이라고 날을 세웠던 목소리들 사이에서 홍 의원의 신당 창당이 ‘내년 총선을 위해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처럼,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관계를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홍 의원 탈당이 우리에게도 전략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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