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표 출판사 이와나미쇼텐, 바바 기미히코 저작권 총괄 서울국제도서전 참관차 방한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의 장수 비결을 묻자 바바 기미히코(馬場公彦·61) 편집국 저작권 담당 총괄은 이렇게 답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참관차 내한한 바바씨는 1989년부터 이와나미 출판사에서 근무해 편집국 부장, 디지털 콘텐츠사업부 부장 등을 거친 '이와나미 맨'이다.
바바씨는 "좋은 책을 만든다는 신뢰감을 계속 독자에게 준 것이 이와나미쇼텐의 장수 비결"이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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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나미쇼텐은 1913년 창업자 이와나미 시게오(岩波茂雄·1881~1946)가 도쿄에 세운 헌책방으로 출발했다. 고전을 중심으로 1927년 발간을 시작한 '이와나미 문고'와 1938년 출발한 교양서 시리즈 '이와나미 신서(新書)'가 양대 축이다. 2019년 3월 현재 문고는 5775종, 신서는 3266종 출간됐다. 바바씨는 "매년 50~60종씩을 내는데 문고는 초판을 8000부, 신서는 1만5000부 가량 찍는다. 이 중 대부분이 출간 1년 내에 2쇄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나미 시게오 |
이와나미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일본의 교양 수준이 보인다. 문고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168만 부 팔린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신서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잘 죽는 법에 대해 쓴 에이 로쿠스케의 '대왕생(大往生)'으로, 1994년에 나와 250만 부 팔렸다. 바바씨는 "우리 책은 베스트셀러이면서 롱 스테디셀러다. 시대를 읽는 후각과 타협하지 않는 정신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했다.
내용은 무겁지만 가격은 가뿐하다. 문고의 경우 1927년 첫 발간 당시 가격이 가장 쌌던 것이 20전이었다. 택시 기본요금이 1원이던 시절이다. 지금도 문고는 권당 500~1000엔 수준, 신서는 600~700엔 정도다. 문고판 책 크기도 휴대하기 쉽도록 A6 용지 크기(가로 10.5㎝, 세로 14.8㎝)를 고수한다. 바바씨는 "동경대 철학과 출신인 이와나미 시게오는 독일 레클람 문고의 철학책을 많이 읽었다. 작아서 갖고 다니기 편한 레클람 문고에 영향을 받아 같은 크기로 이와나미 문고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와나미 시게오는 스스로를 '씨 뿌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와나미의 로고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인 것은 그 때문이다. '낮은 곳에서 높이 생각한다(低處高思)'는 모토는 현재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바바씨는 "편집자로 성공하고 싶다든가 하는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을 위해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고 했다.
이와나미쇼텐의 창업 당시 모습. /AK 커뮤니케이션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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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불황에 대한 고민은 이와나미도 마찬가지. 일본 출판계 매출은 2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바바씨는 "사람들이 책을 손에 쥐기까지의 거리가 많이 멀어졌다"면서 "읽고 싶은 사람에게, 읽고 싶은 때에, 읽고 싶은 곳에서, 읽고 싶은 방법을 제안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종이책만 고집하지 않고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다양한 플랫폼을 고민한다. "일본 초등학교는 내년에 디지털 교과서를 채택한다. 그 초등학생들이 성장해 우리 독자가 될 수 있도록 전자책 아동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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