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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공사 중인 제주 비자림서 멸종위기 ‘붉은해오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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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희귀종 3개체 관찰…시민단체 “공사 중단을”

경향신문

2010년 5월 소청도에서 촬영된 붉은해오라기 모습. 새와생명의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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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공사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도 비자림로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붉은해오라기 3개체가 발견됐다. 비자림로 내에서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에 이어 국제적인 멸종위기 조류까지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중단하고 원상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비자림로 일대를 모니터링한 시민단체 ‘새와 생명의 터’는 비자림로 조류 조사에서 붉은해오라기 3개체가 관찰됐다고 20일 밝혔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단체 대표인 나일 무어스 박사가 붉은해오라기 울음소리를 지난 11일과 14~17일 사이 확인했으며, 15일에는 육안으로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붉은해오라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기종으로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국내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분류돼 있다. 주로 산림에 서식하는 적갈색의 이 새는 전 세계에 600~1700마리만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어스 박사는 1998년부터 국내 습지와 조류 보호 운동을 벌여온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새와 생명의 터’는 조류와 조류 서식지 보전을 활동 목표로 하는 환경단체이다.

비자림로는 지난해 6월 제주도가 2.9㎞ 구간의 왕복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에 착수하면서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이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지난달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에서 천연기념물 팔색조, 멸종위기종 애기뿔쇠똥구리 등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멸종위기인 긴꼬리딱새와 다양한 양서·파충류의 서식도 확인됐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제주도에 비자림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보전 대책을 수립해 오는 28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현재는 제주도와 시민단체들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들이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앞서 제주도가 제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는 이 같은 야생동물들의 서식 사실을 누락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붉은해오라기는 보통 5월에서 8월 사이 일본의 산림지역에서 번식하며 필리핀에서 월동하는데 일본 외의 지역에서 여름철에 관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와 생명의 터’에 따르면 2009년 6월 제주 아라동에서 국내 최초로 번식이 확인됐다. 제주도를 제외한 여름철 기록은 부산에서 확인된 것이 유일하다.

무어스 박사는 “관찰된 시기와 서식지 내 행동으로 볼 때 붉은해오라기가 비자림로 인근의 숲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같은 지역에서 팔색조, 긴꼬리딱새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비자림로를 둘러싸고 있는 숲의 서식지 환경이 뛰어나다는 뜻”이라며 “국제적인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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