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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SC] 내 마음속 해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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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해수욕장

충남 태안 해수욕장 28개, 전국 최다

아담한 해변과 정갈한 솔밭·모래에 반해

서귀포 갯바위와 용천수가 만든 천연수영장

하늘과 바다, 해수와 민물이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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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곱고 깨끗했다. 단단한 해변은 수심이 서서히 깊어졌다. 허리까지 들어찬 바닷물은 흰 모래 빛이었다. 초록빛이 감도는 바다는 멀어질수록 짙은 파란빛을 띠었다. 멀리 섬 위로 흰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지난 1월24일 하와이 오아후 섬 동남부 카일루아 해변. 여행객들은 나무그늘과 바다를 오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알려져 ‘오바마가 사랑한 해변’으로 불리는 카일루아는 이름값치곤 한적한 풍경이었다. 파도마저 심심할 정도로 잔잔했다. 나무 그늘이 넓게 드리워져 있고 사람도 적었다. 안락한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카일루아 해변처럼 한적하면서도 아름답고 물놀이하기도 좋은 해변은 국내에 없을까? 먼저 해수욕장을 살펴봤다. 해수욕장으로 지정된 해변이라면 물놀이하긴 나쁘지 않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시설 기준에 맞는 해변을 해수욕장으로 정한다. 예를 들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도 물놀이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커야 한다.(길이 100m 이상, 폭 20m 이상) 수심도 완만해야 한다.(만조 기준 바다 방향 10m 이상 수심 1.5m 이하) 물과 모래도 위험 물질과 오물이 일정량 아래여야 한다. 개장 뒤부턴 화장실, 탈의시설, 샤워시설이 하나씩은 설치된다. 감시탑과 안전요원, 구명보트, 부표 등도 필수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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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각 지자체가 지정한 해수욕장은 270개다. 광역시·특별자치도·시·군 가운데 해수욕장이 가장 많은 지역은 충남 태안군이다. 태안 해수욕장은 28개다. 강원 고성군이 27개로 그다음이다. 해수욕장이 가장 많은 곳이라면 마음에 쏙 드는 해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적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찾아 지난 10~12일 충남 태안으로 갔다. 태안 해변에선 막막할 만큼 멀리 뻗어있는 갯벌과 잔잔한 파도를 자주 봤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풍경도 펼쳐졌다. 카스텔라처럼 폭신폭신한(‘질퍽질퍽한’이 아니다.) 해변, 해변 양 끝 바위산이 뻗어 나가 반달 모양을 한 한적한 해변, 정갈한 솔밭과 깨끗한 모래밭을 지나면 한눈에 들어오는 앞마당 같은 해변,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끊이지 않아 ‘동해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해변, 황토색 기암절벽과 너른 몽돌밭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해변 등등.

작은 해변은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있어서 좁은 비포장도로나 논 사잇길을 자주 지나야 했다. 때로 마주 오는 차량 때문에 후진할지언정 상상 밖의 풍경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가는 길을 멈출 순 없었다. 가까스로 만난 아름다운 풍경 앞에선 낯선 길 위에서 쌓인 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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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고요가 모래알보다 더 펼쳐져 나를 돌아보기 좋은 해변을 태안에서 만났다. 서해안은 동해안이나 제주 바다만큼 아름답지 않고 북적인다는 오해를 많이 하지만, 다른 세상에 당도한 듯 아늑하고 고요한 해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제주에도 도민들만 아는 고요한 물놀이 장소가 있다. 그곳도 고즈넉하다. 해수와 민물이 만나는 곳에 있는 ‘천연수영장’들이다. 갯바위가 둘러쳐져 있어 바닷물이 들어오면 수영장이 되는 ‘황우지’와 작은 포구에서 바다로 흘러내리는 용천수를 가둔 ‘포구 수영장’이다. 그곳에선 하늘과 바다, 해수와 용천수가 아이들과 만나는 풍경이 펼쳐진다. 카일루아 해변이 부럽지 않다.

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해수욕장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설이 갖추어진 바닷가. 백사장·산책로·야영장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 안전시설, 환경시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환경·시설 기준에 적합한 육지·수역을 지정한다. 2019년 기준 전국 해수욕장은 270곳. 대부분 다음 달 초·중순 개장한다. 동해, 서해, 남해 등 바다와 각 지형에 따라 해수욕장 풍경이 다르다. 그중 서해는 곳곳에 아담하고 한적한 해수욕장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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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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