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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징용 피해자측·한국 기업 "우린 정부한테 아무런 설명 못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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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 "한국 정부案 실행 의문"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제안한 '한·일 양국 기업 재원을 통한 징용 피해자 지원'안은 현 시점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용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일본 측은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욱이 피해자 측은 물론, 배상 주체로 지목된 한국 기업들도 우리 정부로부터 아무런 사전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지난달 법원에 일본 기업 압류 자산을 매각해달라는 '매각명령 신청'에 들어가 이르면 다음 달에도 실제 매각이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19일 "작년 말 '양국 기업 재원을 통한 기금 설치'가 제안됐을 때도 일본 정부는 '한국이 성의 있게 제의해 온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청와대가 걷어차면서 일본 내 기류도 상당히 험악해졌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징용 배상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인 만큼 당초 일본 기업의 배상엔 부정적이었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은 "우리 정부가 올 초에만 기금 설치안을 제안했어도 일본이 '외교적 협의'를 조건으로 이 안에 관한 협의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 정부 대응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도 부정적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 대리인단과 지원단은 이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 인정'과 '사과'에 대해 아무런 내용이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금전적 배상 측면에서도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소송에 나가지 않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 발표 전 피해자나 대리인단을 포함한 시민사회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유감"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은 "양국 간 협의를 개시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서의 의미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현실적 여건 속에서 한·일 기업이 먼저 확정된 판결금 상당의 금원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이후, 양국 정부가 다른 피해자들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협상으로 논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면 한국 정부 입장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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