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인천시 서구 한 중학교 급식실 수도에 씌워둔 하얀색 마스크가 까맣게 변해 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일선 학교에서는 마스크나 거즈 등을 사용해 자체 수질 검사를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
지난해 말 서울 3호선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에 이어 낡은 인프라가 주민안전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돌변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19일째 인천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에 걸쳐 1만가구가 넘는 주민들이 노후관로에서 비롯된 '붉은 수돗물'에 시달리고 있다. 17일 접수된 오염된 수돗물 피해사례만 2만2377건(16일 기준)에 달한다. 많은 시민들이 복통과 피부병 등을 호소하고 있다.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학교와 유치원도 150개에 이르고 있다.
성난 주민들은 지난 16일 인천 완정역사거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재난지역 선포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며칠 전까지 "큰 문제가 없다"고 했던 박남춘 인천시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압조절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이에 대해 체계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수돗물에서 검출된 이물질도 낡은 수도관로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갑자기 노후관로의 이물질이 떨어져 나온 과정에 대해선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박 시장은 "이번 사태는 열악한 상하수도 인프라와 안일한 현장 초기 대응이 겹친 사고"라며 "노후 상하수도 관로 교체 등을 기반시설투자 우선순위에 놓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관내 30년 넘은 상수도 노후관은 총연장 약 640㎞에 달한다. 이들 노후관은 연간 300억~400억원을 들여 6개년 계획(2015~2020년)에 따라 내년까지 교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전까지 이 중 40%에 해당하는 240㎞는 예산 부족으로 교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상하수도관은 아파트에서 시설 유지관리를 위해 관리비를 통해 적립하는 '장기수선 충당금' 같은 유지비용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민이 매년 2300억원에 달하는 수도세를 내는데도 정작 수도 인프라에 투자되는 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영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SOC(사회간접자본)를 지을 때는 중앙정부가 비용을 대거 투입하지만 짓고 나면 소유·관리책임이 지자체에 귀속된다"며 "지자체는 지금까지는 노후화 문제가 불거지지 않아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년 일산 백석동 노후 열수송관 파열 사고와 판박이다. 이 본부장은 "지자체장들이 선거에서 '표'가 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신규 인프라 건설과 복지예산 늘리기에 '올인'하다 보니 정작 주민안전과 직결된 노후 인프라 관리는 무시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용 기자 / 인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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