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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6년 연애끝 결혼…사이코패스 아니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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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 남편에 극도의 집착 보여

감정 기복 심한 경계성 성격장애 의심

중앙일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지난 7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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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고유정(36)의 범행의 전모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씨가 경계성 성격 장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른바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다”며 “경계성 성격 장애 특징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이코패스 같으면 굉장히 초법적 사고를 많이 하고 합법과 불법을 아주 쉽게 넘나든다. 그래서 꼭 중범이 아니더라도 전과력이 많이 누적된다. 그리고 그런 특성이 청소년기부터 나타난다”며 “그런데 지금 이 여성(고유정) 같은 경우에 딱히 전과력이 없다.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보니까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돌변할 수 있느냐. 이게 많은 사람의 의문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하고도 마트에 들러 범행에 쓰고 남은 물품을 환불하는 등 잔혹함을 보였다. 이 때문에 ’최악의 잔혹 범죄’라고 한 전문가가 있을 정도였고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고유정은 5~6년간 장기 연애 후 결혼했고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아들의 양육권까지 갖는 등 비교적 정상적으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타인에게 위험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문제는 첫 번째 남편(피해자)에게 극도의 집착을 했던 것 같다. 그러한 특이성으로 보통 여자 살인범 중에는 배우자를 굉장히 잔혹하게 살해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의 연구 사례를 보면 그들의 성격적인 특징이 ‘경계성 성격 장애’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여성은 감정의 기복이 무지하게 심하다. 잘할 때는 다시 없게 잘하기 때문에 아마 연애가 장기간 계속됐을 것”이라며 “그런데 문제는 본인이 기대했던 것 같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아마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성격이라면 갑자기 포악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 폭력적인 행위를 반복하다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된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폭력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남편한테 사랑받길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력 피해를 당하지만 참고 있었으면 혼인 관계가 안 깨어졌을 것”이라며 “혼인 관계가 깨진 것이 나의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이렇게 생각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유정의 현재 남편이 3개월 전 데려온 아이도 사망한 점 등을 미뤄보아 “고유정이 모든 불행의 시작을 전남편이라고 생각했을 개연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사고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기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알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불행을 유발한 사람에 대한 유감이 굉장히 컸을 텐데, 그 와중에 전남편이 (아들의) 면접 교섭권 소송을 시작했다. 고유정은 어떻게든 잊어보고 제주도랑 인연을 끊고 살고 싶었는데 소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주도에 계속 발목이 잡혀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그것으로 아마 굉장히 격분하고 앙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또 고유정이 면접교섭권 관련 재판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렸다면 “사이코패스는 보통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에게 불리한 행위를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유정이 범행 후 남은 물건을 환불한 것에 대해 “경계성 성격 장애라고 얘기하건 어렵고 일상적인 가정주부로서의 생활 습관이라고 얘기하는 게 맞을 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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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유정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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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제주의 한 마트 계산대 CCTV에 찍힌 고유정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고유정이 계산대에 표백제와 고무장갑, 부탄가스 등을 올려놓고 다시 카트에 옮겨 담은 후 스마트폰으로 포인트 적립을 준비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상적인 습관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이 교수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극도로 흥분했다가도 다시 또 굉장히 가라앉기도 한다. 정서가 불안정한 것”이라며 “완전 범죄를 꿈꾼 고유정이 자신의 범행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주부로 지낸 일상처럼 환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신을 종량제 봉투로 유기한 것에 대해 “일종의 본인 혼자만의 장례 행위였을 수도 있다”며 “굉장히 집착이 많은 대상이었기 때문에 장기 이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유기하면서 정서적인 변화 같은 게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남편의 혈흔에서 수면제의 일종이 졸피뎀이 검출되면서 고유정의 살해방법 등에 대한 경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행동기와 수법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고유정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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