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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美, '홍콩 범죄인 중국 인도법'에 "심각한 우려"…中에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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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법안을 계기로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열린 가운데, 미국이 홍콩 시민의 자치권을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며 중국을 압박했다. 홍콩 자치권이 대만 문제에 이어 미·중간 새로운 갈등의 장(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각) 미 국무부는 홍콩 정부가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 있도록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제안한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9년 6월 9일 홍콩 시민들이 ‘범죄인 중국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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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범죄인 중국 인도법 개정과 관련해 "미국은 이 법안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오랫동안 지속한 인권 보호, 기본적 자유 및 민주적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홍콩 시민들의 우려에 공감한다"고 했다.

또 그는 "개정안은 홍콩의 사업 환경을 해칠 수 있고 홍콩에 거주하거나 홍콩을 방문하는 우리 시민들에게 중국의 변덕스러운 사법제도를 강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도망자와 범죄자에 대한 어떤 법 개정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광범위한 국내 및 국제 이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한 뒤 진행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또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한 국가, 두 체제’의 지속적인 침식은 홍콩이 오랫동안 확립해 온 특수 지위와 국제 문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을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뒤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지난 9일 홍콩에서는 12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 입법회(국회) 표결을 앞두고 이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는 홍콩 인구의 7분의 1인 약 103만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웠다.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을 중국으로 인도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형사범뿐 아니라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 정치범들도 중국으로 인도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법안 개정에 대해 여러번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홍콩의 민주화 지도자인 마틴 리 전 민주당 창당 주석을 만나 이번 법안이 홍콩의 법치주의를 위협한다며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고 보고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반대한다"며 각을 세웠다.

이번 시위가 확산되면 홍콩이 미·중간 새로운 갈등의 장(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런민일보의 자매지 환추시보는 이날 ‘반대파가 서방과 결탁하는 것은 홍콩의 대세를 흔들지 못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을 ‘외부 세력’이라고 지목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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