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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여행+] 발리에서는, 삶이 춤추듯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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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클럽메드 리조트가 있는 발리 해변. [사진 제공 = 클럽메드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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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딸아이에게 물었다. "채리야.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망설임 없이 "바다!" 또 물었다. "바다가 왜 좋아?" 그러자 채리는 "그냥 좋아. 우와~ 할 수 있어서 좋아." 한 대를 얻어맞은 듯했다. 맞는 말이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딸의 이 한마디에 가족 발리 여행은 시작됐다. 바다를 좋아하는 채리, 아직 돌 전이지만 우리 나이로 두 살인 하리를 데리고 여름을 앞둔 어느 날 발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채리야, 우리는 발리에 가는 중이야." 그러자 딸은 "발레?" 하며 발끝을 세워 보인다. "아니, 발리. 바다 보러 가자." "우~와. 좋아요."

사실 모험이었다. 7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은 꽤 걱정스러웠다. 아이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 하느님께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불상사(?)를 방지하려 다양한 장치를 준비했다. 뽀로로, 핑크퐁 영상부터 평소 좋아하는 과자까지 한보따리를 챙겼다. 주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한 주전부리도 빠트리지 않았다. 하늘이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셨을까. 하리는 엄마 품에 안긴 채 승무원들과 눈 맞춤 놀이를 했고, 채리는 한참을 영상 삼매경에 빠졌다.

발리에는 남풍이 불고 있었다. 건기가 왔다는 신호다. 우기 때는 2~3시간 스콜부터 집중호우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내리지만 건기 때는 푸름 맑음 화창 이런 단어들로 표현할 날씨가 이어진다. 맨살을 내놓기 겁날 정도의 뜨거움이 온몸을 감싼다. 희한하게 그늘에만 가면 시원하다. 오묘한 동남아의 여름이다. 하지만 그 오묘함은 어른들에게만 유효했다. 아이들에게는 여행의 진리인 '그냥 좋음'만이 건재할 뿐이었다. 정말 어린이들의 세상이었다. 천국이다.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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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발리에서는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가 넘쳐난다. [사진 제공 = 클럽메드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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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수영장이다. 고작 수영장이라고 생각할 이들이 있을 줄 안다. 설명을 더 들어보시라. 우리 가족이 묵은 곳은 클럽메드 발리. 숙박부터 식사, 음료, 액티비티까지 리조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처음 '결제'에서 끝난다.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란 얘기.

더구나 아이 동반 가족에게는 구세주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키즈클럽이 그것.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그대로 옮겨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어까지 겸비한 GO(Gentle Organizer)가 아이들을 돌봐주는데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공중그네타기, 수구 등 물놀이, 골프에 축구, 연날리기까지 원하는 모든 액티비티를 즐기게 하니 입이 귀에까지 걸린다. 무엇보다 수영장을 주 무대로 하는 물놀이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버블폼 파티 때는 리조트 안 어린이가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또한 다국적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저절로 언어 교류도 하며 금세 친해지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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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유로운 분위기의 성인 전용 수영장 젠풀. [사진 제공 = 클럽메드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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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천국 놀이를 하는 동안 어른들은 성인 전용 수영장 젠풀에서의 망중한을 선택한 이들이 많다. 새소리와 물소리 정도의 소음만 있다 보니 마치 야외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대부분이 선베드에 눕거나 엎드려 책을 읽고 있다. 보고 있는 여유로움만으로 힐링이 저절로 되는 느낌이다.

가족 여행을 와서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지내는 것은 본래의 뜻에 반감할 터. 해가 조금씩 뉘엿뉘엿 자취를 감추려 할 때 산책에 나섰다. 너무 어린 탓에 바다는 눈에만 담고 몸은 수영장에 담가 아쉬울 법한 딸은 자신의 여행법을 몸소 실천했다. 멀리 보이는 해변도, 모래사장의 액자식 그네도, 잔디 위 요가를 하는 어른들도, 하늘 위를 나는 연도 볼 때마다 "우~와"의 연속이다. 서핑이나 수상보트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팔을 크게 휘저으며 인사까지 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진심을 내보이며 좋아함을 표현하는 딸에게서 여행의 의미를 곱씹었다. 한창 신난 딸에게 물었다. "채리야. 우리가 있는 이곳이 어디라고 했지?" "발레!" 웃음이 피식 나왔다. 하지만 발레든, 발리든 뭐든 어떠랴. 여행은 그냥 좋으면 끝인데 말이다.

▶ 발리 100배 즐기는 여행팁

1. 발리까지는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 대한항공, 에어아시아 등이 매일 항공편을 운항 중이다. 어린이 동반 가족이라면 아이들의 주 활동 시간인 오전 출국편과 취침 시간인 한밤 귀국편을 운항하는 가루다항공 편이 유리하다.

2. 발리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5성급 이상의 특급 리조트를 포함해 다양한 등급과 유형의 숙소를 만날 수 있다. 가족 여행은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럽메드 발리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3. 발리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인 우기보다 4월부터 9월까지인 건기에 찾는 것이 여행하기 좋다. 연중 더운 날씨지만 가벼운 바람막이와 햇빛을 가리는 모자, 모기 기피제 등은 꼭 챙겨야 한다.

[발리(인도네시아) =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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