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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가정폭력·데이트폭력 참지말고 ☎ 1366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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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안전한 사회 2부 ③ ◆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이은희 씨(가명)는 직장 상사였던 전 남자친구 A씨와 연애하는 4년 동안 지속적인 데이트폭력에 시달렸다. 평소 멀쩡하던 A씨는 술만 마시면 괴물로 변했다. 처음에는 '바람피우는 거 아니냐'고 은희 씨를 추궁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경미한 폭력이 동반되기 시작했다. 은희 씨는 당황했지만 A씨가 술이 깨면 폭력적인 성향이 사라지니 시간을 두고 개선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 폭력은 갈수록 심해질 뿐이었다. 결국 지난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은희 씨는 맨발로 집을 뛰쳐나와 인근 경찰서로 피신했다. 당시 은희 씨는 A씨가 던진 물건에 눈을 심하게 다치고 팔다리 곳곳에 멍이 든 상태였다.

연인·배우자 등 친밀한 사람의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는 초기 단계에서 상담을 하거나 신고하는 것을 꺼리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가정폭력은 초기 대응이 무척 중요하다"며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외부 도움을 받으라"고 강조한다.

추국화 여성긴급전화1366 서울중앙센터장은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피해자의 자존감을 낮추는 비하 발언 등 정서적 폭력에서 시작한다"며 "계속 지적받다 보면 피해자들은 알게 모르게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점차 가해자와 대등한 관계가 아닌 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사이 가해자의 강압적 통제는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추 센터장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긴급전화1366센터는 24시간 피해 상담을 받는 1366 전화를 운영하는 가정폭력·데이트폭력 피해자 보호기관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채팅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추 센터장은 "가해자에게 맞서는 첫걸음은 '말하기'를 통한 문제 제기"라며 "상담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문제 행동에 대응하는 힘을 조금씩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366센터는 위급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에게 최장 한 달까지 긴급 피난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은희 씨의 경우도 긴급 보호를 받은 건 물론 다른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직업 훈련 기관까지 소개받았다.

또 1366센터는 피해 유형에 따라 치료가 필요하면 맞춤형 상담소로 연계해 주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통합상담소 20곳, 성폭력상담소 104곳, 가정폭력상담소 83곳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상담소에서는 피해자에게 다양한 치료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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