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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로이터 연합뉴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유람선 참사가 발생하자 “한국 여행사들의 저가 패키기 경쟁으로 언젠가 한번 사고가 터질 줄 알았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여행사-현지 여행사(일명 랜드사)-현지 가이드로 이어지는 하청 구조 속에서 과열된 저가 경쟁이 안전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덴마크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김모(36)씨는 31일 “저가 경쟁에 내몰린 현지 업체들이 최대한 싼 배를 띄워 줄 업체를 찾다 보니 발생한 구조적 사고”라고 했다.
현지 업계에서도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3단계의 하청 구조를 지목했다. 국내 중견 여행사들이 내놓는 패키지 여행은 보통 대형 여행사-현지 여행사(랜드사)-현지 가이드로 이어지는 3~4단계의 하청 구조로 돌아간다. 애초 여행사가 TV 홈쇼핑 등에서 가성비를 내세워 여행객을 모으면 소위 랜드사로 통하는 외국 현지의 작은 여행사들이 한국 여행사에 일종의 수수료를 주고 여행객을 건네받는 식이다. 랜드사들은 가이드와 인솔자를 고용하고, 이들이 전체 관광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저작권 한국일보] 참좋은 여행사 스케치29일(현지시간) 저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람선 침몰사고로 한국 여행객 30여 명이 사망.실종된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 참좋은 여행사에서 최고고객책임자 이상무 전무이사가 사고 관련 브리핑 도중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9-05-30(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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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애초 여행비 자체가 낮게 책정된 탓에 항공권과 호텔 비용을 빼고 나면 현지 여행사에 떨어지는 몫이 극도로 작다는 점이다. 현지 여행사 입장에서는 관광 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쇼핑 유도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구조다. 이 역할은 오롯이 가이드에게 맡겨져 있다. 가이드가 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랜드사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이드로선 비용을 줄이려고 무리하게 여행 일정을 짜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여행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헝가리 현지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한인회 관계자는 “3단계의 하청 구조에서는 싼 비용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여행객 안전 등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도 이런 구조 속에서 발생했다는 게 여행업계의 시각이다. 참좋은여행사 역시 현지 여행사에 하청을 줬고, 현지 여행사는 가이드와 인솔자를 고용해 여행 일정을 진행했다. 헝가리 현지 가이드 A씨는 “인솔자가 유람선 비용으로 450유로를 받았다면 선박회사에 200유로를 주고 나머지를 챙기는 식인데 돈을 적게 줄수록 남는 돈이 많기 때문에 싼 업체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이드 B씨는 “당시 기상상황이 안 좋았지만 가이드로선 연쇄 하청구조를 감안할 때 일정을 취소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헝가리 다뉴브강 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거리어로인어)‘ 제원/김경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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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업계에서도 한국 여행사들의 저가 패키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덴마크서 활동 중인 가이드 김씨는 “헝가리에서 진행하는 야경 투어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 여행사들은 견적을 싸게 부르는 업체만 찾는다”며 “유럽에선 한국처럼 저가 패키지 경쟁이란 게 없기 때문에 악천후 기상에서 선박 투어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참좋은여행사는 이번 사고를 가해 선박이 있는 해양교통사고로 규정하면서 저가 여행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당시 선박이 오래된 문제가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단체 할인을 받아 싸게 배를 구한 거지 일부러 싼 배를 구한 건 전혀 아니다”며 “규모가 6배나 큰 가해 선박이 와서 충돌한 불가항력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를 계기로 참좋은여행을 비롯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은 다뉴브강 유람선 투어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대형 크루즈(빨강 원 표시)가 한국인이 탄 유람선 후미를 들이받고 있다. 유람선은 크루즈에 들이받인 휘 7초 만에 전복됐다. 헝가리 ATV 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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