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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헝가리 유람선 사고]“생환 힘들지라도…눈으로 확인” 공항 울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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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밤부터 4차례 걸쳐 총 43명 가족 출국

“상가집에 가면 어머니는 유가족들에게 두 손을 꼭 붙잡고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위로하시곤 했어요. 왜 어머니의 이런 모습이 떠오르는지….”

지난 30일 오후 10시께 인천국제공항 1층에서 만난 헝가리 유람선 사고 실종자 가족 김모 씨가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부모, 누나, 6세 조카는 아직까지 실종 상태다. 김 씨의 누나가 6세 딸을 키워준 부모님에게 감사한다며 함께 효도관광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를 따라온 한 친척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를 바라만 봤다. 그는 친척들에게 “슬퍼하는 건 아픈 건 생사 여부를 알고 난 뒤 해도 늦지 않아요. 너무 감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정말 무너질 것 같아요. 우리 가족 남은 사람 나 하나인데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가서 잘 챙길게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가 일어난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실종자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김씨는 헝가리 현지 뉴스를 찾아보며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었다. 그는 “집에서 마음을 다잡으며 노트북을 켜고 헝가리 현지 동영상을 봤는데 정말 (구조가) 힘들겠다 싶었다”며 “그래도 직접 생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곁에 있던 다른 친척이 “아직 희망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김 씨를 포함한 피해자 가족 10명은 사고 현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행 비행편에 오르기 위해 30일 밤 늦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피해가족들은 모두 매우 지친 모습이었다. 한 피해자 가족들은 충혈된 눈으로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의자에 앉아있었다. 가족들은 “아무 할말이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31일 오전에도 다른 피해자 가족들이 현지를 가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 공항은 울음바다가 됐다. 한 젊은 남성은 공항 3층 A카운터 앞 의자에 앉아 목놓아 울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실종자 장모(61) 씨의 조카는 “사고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너무 많이 우셨다”며 아무 말 없이 공항 창문만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외삼촌이 친구들끼리 계를 해서 헝가리로 같이 가려고 했다가 친구들 일정이 맞지 않아 부부만 가기로 한 걸로 알고 있다”며 “미국에 있는 아들과, 한국 원주에 있는 딸이 있는데 아들과 딸내외 모두 헝가리로 갈 것”이라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탑승객들은 대부분 가족 여행객들로 유럽에서의 추억 만들기에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현재 실종자 설모(56) 씨의 SNS 프로필 화면에는 남편과 함께 헝가리에서 찍은 사진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실종자 김모(59) 씨의 프로필 사진에도 여행지로 추정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의 생사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상무 참좋은여행 이사는 31일 “중견 기업으로서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했지만, 정보 부재와 인력 부재로 혼선을 야기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정세희 기자·김민지·박자연 인턴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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