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양승태 “검찰 수사는 나를 처벌하려는 사찰, 소설, 픽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구속 125일 만에 첫 정식재판

“공소 자체가 부적법” 강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공범으로 법정에 나란히 서

“재판거래, 사법농단은 말잔치”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때 사법부 서열 1·2위였던 양승태(71)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법대가 아닌 피고인석에 나란히 섰다. 29일 정식재판 첫날을 맞아 이들은 “엄청난 반역죄를 행한 듯한 검찰 공소사실은 소설” “재판 거래, 사법농단이라는 말잔치”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전직 사법부 수뇌부의 재판 독립 침해 등을 판단해야 하는 재판부가 앞으로 소송지휘를 어떻게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10여개 죄명, 47개 범죄 사실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의 첫 공판이 열렸다. 박·고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으로 법정에 함께 섰다. 재판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렸던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진행됐다. 두 전직 대법관은 재판이 시작되기 20분 전 미리 법정에 도착해 굳은 표정으로 짧은 악수를 나눴다. 구속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이 시작된 뒤 정장 차림에 수인번호가 적힌 흰색 표찰을 달고 법정에 들어섰다. 지난 1월24일 구속되고 125일 만에 열린 첫 정식재판이다.

한겨레

1시간가량 이어진 검찰의 범죄 혐의 설명이 끝난 뒤, 이들은 오전과 오후 내내 긴 시간 동안 강한 어조로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80명이 넘는 검사가 8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300페이지가 넘는 공소장을 창작했다. 법관생활 42년 동안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며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 한편의 소설을 쓴 것이다. 모든 것을 부인하겠다.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강변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자신을 반드시 처벌하려는 목적의 “사찰”이라는 주장도 폈다.

박 전 대법관도 “재판 거래니, 사법농단이니 말잔치만 무성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속수무책으로 떠밀려왔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낸 뒤, 검찰의 공소사실을 “견강부회” “과대포장”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보다 혐의가 덜한 고 전 대법관은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죄를 적극적으로 다퉈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검찰은 제가 극도로 노심초사하면서 직무를 수행한 것이 모두 직권남용이라고 한다. 나중에 보면 다소 부적절한 게 있더라도 이를 곧바로 형사범죄라 할 수 없다. 유례없는 재판에서 직권남용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쪽 변호인은 검찰 발언 도중 “일부 내용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선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검찰에 주의를 줬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소설의 픽션” “검찰공화국” 등 발언에 반박하려 했지만, 재판부는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날 방청석에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린 ‘두눈 부릅 사법농단 재판 시민방청단’ 30여명이 자리해 양쪽의 공방을 지켜봤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