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재벌개혁 집중한 공정위 2년
"공정위 경쟁주창 기능 사라졌다"
"저가항공사 규제완화 등 기여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이견 표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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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년간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었나. 경제부처인지 사정기관인지 아이덴티티 크라이스(정체적 위기)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공정위 역할에 대해 인위적 기준은 없다. 시대마다 경쟁당국이 해야할 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시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그널을 주고 기업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27일 서울대경쟁법센터와 공정위가 공동주최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에서 공정위의 역할론이 불붙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자유한국당 간사와 감독대상인 공정거래위원장과 설전이 펼쳐졌다.
김 위원장은 취임이후 ‘갑을 관계 개선’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competition)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competitiors)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는 현대 경쟁법의 기본 원리를 뒤집으면서 을인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진 셈이다. 가맹, 유통, 대리점, 하도급법 등 4대 갑질 관련 법을 개정하고 동시에 조사를 강화하고 제재도 늘렸다.
문제는 공정위가 경쟁보다는 ‘공정거래’에 집중하면서 정책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공정위는 지난해말 편의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거리제한을 담은 자율규약을 승인했지만, 약자를 보호하다보니 소비자의 권리(가격인하)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경쟁법 원칙론자들은 공정위의 역할이 무엇보다 경쟁활성에 포커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의 역할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제재, 카르텔 적발, 규제개혁, 기업결합 심사 등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재벌을 경쟁법으로 규제하는 방식도 한국 시장을 ‘갈라파고스화’ 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의견에 대표주자인 김 의원은 “공정위가 언제부터인가 경제부처 역할에서 이탈해 사정기관이 됐고, 현정부 들어 이런 경향은 심화됐다”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보장과 확산을 위해 경쟁주창자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런 역할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그는 “김대중 정부때에는 한국전력의 독점적 지위를 문제삼아 경쟁체제를 도입하려고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우버 등 혁신기업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촉구했다.
반면 경쟁법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김 의원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경쟁당국의 역할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공정위가 경제부처냐 아니냐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항상 잊지 않도록 유념하겠다”면서도 “협의의 의미로 경쟁정책의 역할은 경쟁주창의 역할이긴 하지만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로 재벌개혁과 갑질 개혁도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그는 재벌개혁과 갑질개혁은 공정거래법만으로 해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혁을 하려면 100점짜리 답안지를 만드는 것보다 30점짜리 수단을 여러개 묶어 90점을 만드는 목표를 해야 한다”면서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여러 경제법 전체가 합리성 체계를 만들어 해결해야하고 딱딱한 경성규제뿐만 아니라 연성적인 모범규정을 만들어 가는 등 종합적인 시도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혁신경제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도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데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공정위도 이런 논의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저가항공사 확대 등에 대해 기여를 해왔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서 김 의원은 “공정위가 사익편취 제재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입장에서는 효율성 측면에서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면서 “자칫 공정위가 칼을 잘못 들 경우 일자리를 줄이고 투자를 제한하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 2년간 공정위가 10개 그룹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몇곳은 제재를 내리면서 시장에는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면서 “기업들도 당장이 아닌 10년 후에 우리 사회가 바라는 지향점을 읽고 거기에 맞춰 (내부거래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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