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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결제는 180일후에" 中기업 갑질에 우는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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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생산하는 A사는 최근 발주처인 중국 정보통신 부품업체 고어텍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대금 결제기일을 현재 120일에서 180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납품업체 선정 대가로 연 거래액 1%에 추가 금액을 리베이트로 요구했다.

중국 산동성에 위치한 고어텍은 매출 규모가 수조 원이 넘는 전자부품 대기업으로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스피커를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다. 수년 전 낮은 제조 단가를 무기로 국내 업체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스피커를 공급하고 있다. '협박성' 이메일을 받은 A업체는 고어텍 스피커에 들어가는 FPCB를 연간 20억여 원 규모로 납품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60일 이내에 결제해주는 게 일반적인데 고어텍은 지금도 120일이고, 이마저도 180일로 늘리겠다고 어깃장을 부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도급거래공정화법에 따르면 하도급 대금을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거나 하도급 대금을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해 지급하면서 지연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 등은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고어텍의 '갑질'에도 국내 협력업체는 납품 공급길이 막힐까봐 쉬쉬한 것이다. 고어텍이 요구한 비정상적 리베이트도 납품업체에는 큰 부담이다. A업체 관계자는 "1년간 거래금액이 정산되면 거기에서 1%를 지급하는데, 이번에는 몇 %를 더 올려줘야 물량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계속 압박한다"고 털어놨다.

취재 결과 A업체와 같은 통보를 받은 국내 중소업체는 2곳 더 있었다. 고어텍은 이미 국내 중소 납품업체 사이에서는 수년간 갑질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5년 전에는 고어텍 횡포에 납품업체가 부도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 수천만 원을 투자해 삼성전자에서 양산 승인을 받았는데도 고어텍이 중간에서 원하는 단가, 부대비용 등을 요구하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승인 나지 않은 업체로 물량을 돌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며 "그렇게 되면 삼성 스마트폰에는 삼성이 승인하지 않은 부품이 들어가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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